[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한국인은 왜 바둑이 강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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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총보(1∼193)=한국과 중국의 맞대결이 점입가경이다. 중국 팬들은 ‘1대1이나 3대3으로 맞선다면 한국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10대10이라면 중국이 이긴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강해졌고 14억 인구에서 뽑혀 온 고수들이 지천에 널려 있지만 여전히 한국의 절대강자인 이창호·이세돌을 넘어서진 못한다고 생각한다.

왜 한국 사람은 바둑이 강할까. 삼국시대부터 바둑을 유달리 좋아했다는 기록에 근거해 바둑 유전자 설도 나온다. 한국인이 고춧가루를 즐겨 먹어 바둑이 맵다는 좀 엉뚱한 해석도 들린다. 당연히 한국사람의 우수한 두뇌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얼굴이 좀 뜨겁지만 싫지 않은 얘기다.

한국의 두 천재인 이창호 9단 대 이세돌 9단의 통산 전적은 이창호 쪽이 28승20패로 앞서 있다. 지난해 성적도 4승1패로 우세하다. 그러나 이창호는 “근래 내가 밀리고 있다”고 말한다. 랭킹과 세계 대회에서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의 대결이 더욱 볼 만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 판은 이세돌 9단의 완승국이다. 이창호 9단의 60이 약간 무거웠는데 그 배후를 날카롭게 찔러간 63이 이 판의 백미였다. 또 88의 응수 타진에 89∼93까지 감아버린 초강경책은 이세돌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사실 이창호·이세돌의 시대에 이르러 바둑의 기술은 진일보했고 그 바람에 바둑은 더욱 어려워졌다. 강해진 건 좋은데 바둑 자체가 매우 어려워진 것, 계속 어려워지고 있는 것, 그것이 팬과의 관계에서 현대 바둑이 해결해야 할 딜레마일 수도 있다(148=87, 100=55,129=104).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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