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농축산물공급센터 박봉수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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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음식점들의 새벽장을 대신 봐드리겠습니다.직접 장을 보는 것보다 쌉니다.”

이같은 캐치프레이즈로 93년말 ㈜농축산물공급센터를 세운 박봉수(朴鳳洙.47)사장.돈을 벌어도 음식점 주인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매일 새벽장을 보는 것.쇠고기.돼지고기등 육류에서부터 무.배추.마늘.고추.생강등 채소.양념류와 간장

.된장.설탕.조미료에 이르기까지 매일 새벽장을 봐야 한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朴사장은 바로 이같은 점에 착안,음식점 주인이나 주방장을 대신해 장을 봐주는 회사인 농축산물공급센터를 세워 높은 매출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충남보령 출신인 그는 서울대농대 수의학과 졸업후 농림수산부에서 17년간 근무하다'음식점 새벽장 봐주기'아이디어 하나로 사업가로 변신했다.

처음에는 서울강남지역에서 좀 큰 음식점 3백여 업체 사장을 주주로 참여시켜 회사를 설립,출범했다.출범 당시 종업원 30명에 배달용 차량 15대.그러나 지금은 종업원 1백70명에 1백10대의 배달차량을 보유하고 있고 영업소만 서울지

역 8개소와 부산.대구.광주.대전.수원.인천.강릉.구리.제주등 지방에까지 10곳의 영업소를 두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고객인 음식점만 해도 전국적으로 2천5백여 업소에 이르며 서울시내만 따져도 1천3백여개나 된다.

이에 따라 연간 매출액이 94년 2백억원,95년 4백억원,96년 6백억원등으로 늘어나고 있다.요즘은 쌀도 취급,하루 취급물량이 50가마 가까이 된다고 한다.

朴사장은“올들어서는 경기가 나빠 고객들이 요청하는 장보기 물량이 전년동기비 업소당 평균 30% 가량 줄어든 것같다”고 말하면서“그러나 한가지 다행인 것은 불경기인데도 고객이 15% 정도나 늘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불경기인데도

고객이 늘어나는 것은 직접 장보는 것보다 농축산물공급센터에 맡기면 평균 10% 이상 싸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장보는데 들어가는 돈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다가도 경기가 나빠지니 조금이라도 아껴야겠다고 생각하는 업소가 많다는 것이다.

요즘 사업이 좀 된다니까 신동방등 몇몇 대기업에서 이같은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걱정이라는 朴사장.“돈 되는 것이면 뭐든 한다지만 그래도 그렇지,이런 사업까지 대기업에서 군침을 흘리면 중소기업은 어떻게 하란 것인지 모르겠다”

며 한숨이다. 〈유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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