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退아버지 외국行 러시 - 머리식히며 새 인생 설계 다목적 탈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뉴욕=김동균 특파원]국내에서 고개숙인 남자들이 최근 주변의 눈총을 피해 호주.뉴질랜드.미국.유럽등지에 몰리고 있다.명퇴자중 비교적 여유있는 부류인 이들은'일단 휴식'겸'새 사업 구상차'선진국으로 가 고령자들에 대한 차별이 적은

이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일부는 아예 새 땅에 정착해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려는 자들도 있다.미국 뉴욕에도 이같은 고개숙인 남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대기업체 간부로 있다 지난해 명예퇴직한 崔모(50)씨.그는 현재 뉴저지주 포트리에 와있다.가족을 두고 혼자 이곳에 와 월 8백달러짜리 교포 하숙집에서 머문지 벌써 5개월이 넘었다.

“떼밀리다시피 회사를 그만둔 뒤 일단은 아무 생각없이 한번 푹 쉬어보고 싶었습니다.그런데 눈치보이고 뭔가 하긴 해야겠는데 뭘 할지도 막막하고….그래서 과거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미국으로 일단 무작정 왔습니다.”

또다른 C씨.

그는 이민온 친지와 친구들의 협조를 얻어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중이다.관심 업종의 업무를 배우려고 종업원으로 취업을 시도하기도 했으나“나이가 많아 다칠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서러움(?)도 겪었다.

崔씨와 같이 사업거리를 찾아 뉴욕에 온 명퇴자들의 잠정결론은'거창한'무역업이나 중개업보다 소매업,그중에서도 델리(조제식품 판매점).론드로매트(무인 자동세탁소)등이 좋겠다는 것이다.돈도 적게 들고 비교적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플러

싱 F하숙집의 이강일씨는“올들어서만 5~6명의 명퇴자가 우리 집에서 1~2개월씩 묵고갔다”며“이중 한명은 최근 이 부근에 집을 사 서울의 가족을 데려왔다”고 말했다.

맨해튼에서 개업중인 강숙진(뉴욕한인회 부회장)변호사는“한국에서 온 퇴직자들이 신분및 사업과 관련해 문의해오는 전화를 하루 5통정도 받는다”고 말했다.

포트리 인근 잉글우드 클리프 K부동산의 한 관계자는“최근 포트리에서 자동차로 30분이내 거리에 객실 30~40개 규모의 모텔을 알아봐달라는 의뢰를 받았다”며“한국에서 올 3~4명이 공동구입을 희망한다고 대리인이라는 사람이 말했다”

고 밝혔다.

미국 가운데서도 뉴욕등 동부는 서부나 중.남부에 비해 그동안 주재원으로 거쳐간 사람들이 훨씬 많고 상권이 오밀조밀하며 전반적인 분위기가 서울과 유사한 편이어서 특히 선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 한인경제인협회 서진형(徐鎭亨)회장은“이곳에서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 게 나쁠 것은 없지만 혹시 사업거리를 찾는다며 무위도식하는 일이 있어선 안될 것”이라고 말하고“사업은'헝그리 정신'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점도 명

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