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모험기업>3.두인전자(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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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벤처기업의 대표적인 마케팅전략중 하나가'캐즘(Chasm)이론'이다.미국 실리콘 밸리의 컨설팅업체 캐즘그룹의 조프리 무어 회장이 주창한 이론으로 이 지역 기업들에는 생존을 위한'공식'으로 통한다.

캐즘이론의 요지는 첨단업종에선 초기시장과 주류(主流)시장 사이에 깊은 골(캐즘)이 생긴다는 것.

아무리 훌륭한 기술로 만들어진 첨단제품이라 할지라도 초기에는 조금 인기를 끌지만 주류시장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깊은 골에 빠져 실패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인공지능이나 신경망 소프트웨어.비디오텍스트등이 바로 그런 예다.때문에 벤처기업

들은 틈새시장(니치마켓)을 공략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캐즘에 굴러 떨어지지 말고 주류시장으로 도약하라는 충고다.*** 틈새시장 공략 주효

이같은 캐즘이론의 틀로 볼 때 PC용 멀티미디어 카드업체인 두인전자(대표 金光洙)는 무어 회장도 성공사례로 꼽을만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신제품을 개발,틈새시장을 민첩하게 파고 들었다.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불과 6개월.

짧은 기간에 제품을 판매하고 이제 좀 시들해졌다 싶으면 성능이 향상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낸다.캐즘에 빠질 틈도 없이 탄력을 얻은 상품들은 주류시장에 당당히 정착한다.이것이 바로 두인전자의 쉴 새 없는'히트 앤드 런'작전이다.

두인은 90년 8월 설립됐다.서울대 전자공학과 석사 출신으로 LG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이었던 金사장은'내 손으로 정보통신산업이라는 정글을 개척하겠다'는 각오로 회사를 설립했다.하지만 단순 용역에 의존하던 회사가 벤처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춘 때는 92년.

“대학 동창등 6명이 전열을 갖추고 고민을 시작했습니다.무엇을 개발해 먹고 살 것인가.”

이들의 원칙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제품을 만들자는 것.며칠 밤낮 계속된 난상토론 끝에 개발키로 한 제품이 PC내부에 장착하면 TV를 시청할 수 있는 'PC비전'카드.

당시만해도 PC로 TV를 본다는 것은 분명 획기적인 일이었다.기술은 뛰어난데 어떻게 이를 마케팅으로 연결시킬 것인가.더구나 가격은 29만7천원의 고가(高價).

“방법은 전사원이 뛰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사장을 포함,전직원이 영업사원이 돼 판매전선에 나섰다.동시에 제품을 초급.중급.고급으로 세분화했다.흘린 땀이 헛되지 않았다.월 2천대씩 팔려나가면서 틈새시장 침투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인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남들보다 반(半)발 앞서 시장을 개척하면 승산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캐즘에 빠질 위험을 신제품으로 뛰어넘자는 전략이었다.*** 전직원이 영업나서

때문에 PC비전 이후 신제품 개발 행진이 계속됐다.PC비전에 캡션기능을 갖춘 '마이캡'(92년 하반기)→TV수신및 그래픽이 통합된 카드'오스카'(93년)→TV화면 사이즈가 조절되는'윈도비전(94년 상반기)→비디오CD.가라오케.음악

CD등을 PC에서 재생시켜주는 통합카드'CD시네마'(94년 하반기)등.30여명의 개발팀은 뛰어난 기술력을 발휘했다.

회사가 알려지면서 매출은 급격히 뛰었다.이 기간은 PC의 주변부품이었던 영상처리카드 시장이 어느덧 틈새시장을 넘어 주류시장으로 편입되는 시기였던 셈이다.

두인은 지난해 통합카드'미디어캠프7''오스카3D'등을 개발한데 이어 주식 장외시장에 등록도 했다.미국 실리콘 밸리에는'엘레시드 테크놀로지'라는 현지법인도 설립했다.순풍에 돛단 항해라고나 할까.

그러나 金사장은“승부는 올해부터”라고 강조한다.

두인은 CD롬 드라이브를 대신할 차세대 주변기기인 DVD(Digital Video Disk)롬 드라이브와 카드를 개발하고 이달말까지는 출시에 들어간다.미국.일본보다 한발 앞섰다.처음으로 틈새시장이 아닌 주류시장에 승부수를 던진 두

인의 캐즘 뛰어넘기는 이번에도 성공할 것인가.金사장의 대답은 자신있다는 웃음이었다. 〈김종윤 기자〉

<사진설명>

두인전자 임직원들이'오스카Ⅲ'등 회사가 개발한 PC용 멀티미디어 카드와 DVD플레이어용'DVD비전'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김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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