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꾸러기] “아이 눈높이에 맞추는 법 알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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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꾸러기 으뜸맘’ 허진하씨는 매일 두 아들 영진左·영호와 함께 대여섯 권의 책을 읽는다. 아이들이 읽는 것은 글자만이 아니다. 그림에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지어내는 재미도 쏠쏠하단다. [허진하씨 제공]

중앙일보·동원그룹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책꾸러기’ 캠페인의 열일곱 번째 ‘으뜸맘’으로 영진(5)·영호(3) 형제를 키우는 주부 허진하(38·경기 구리시 수택동)씨가 뽑혔다.

‘책꾸러기 으뜸맘’은 캠페인을 통해 그림책을 받아본 뒤 독후활동을 성실히 한 가정에 주는 상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독서후기를 심사해 매달 한 명씩 선정하며, 그림책 100권과 책장을 부상으로 준다.

허씨는 “‘책꾸러기’활동을 하면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는 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완벽주의적인 성격 때문인지 허씨는 맘대로 되지 않은 아이 때문에 육아가 힘들고 버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걷는 것도 늦고 말도 늦었던 큰아이. 놀이를 하면서도 허씨는 아이가 기대한 만큼 따라오지 않아 실망하기도 했다. 그러다 ‘책꾸러기’를 만났다. 독후활동 내용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와 보냈던 시간이 복기가 됐다.

“반성을 많이 했어요. 아이가 이해 못 하는 어려운 단어를 쓰면서 아이가 하기 싫어하는 활동을 강요하기도 했고, 내 맘대로 안된다고 화를 내기도 했더라고요.”

허씨는 매일매일 독후활동을 기록하면서 일기를 쓰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은 것이다. 아이들 입장을 헤아리게 된 허씨. 이젠 아예 큰아들 영진이의 목소리로 독후활동을 기록한다.

“…엄마는 밤이니까 살살 걸으라 했지만 나비가 어떻게 걸어다녀요. 나비는 팔랑팔랑 빠르게 날아다녀요.…” 휴지와 아이스크림 막대로 나비를 만들어 논 날, 허씨가 남긴 기록이다.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니, 뛰지 말라고 말리는 일도 짜증스럽지 않았다.

엄마가 여유를 찾으면서 아이도 부쩍 자랐다.

“엄마가 자기 마음을 읽어준다는 사실을 알아서인가요? 이젠 영진이도 동생을 배려하고 칭찬해줄 줄도 알아요.” 흐뭇해 하는 허씨의 자랑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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