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종.이한동고문 회동 - 경선 연대 가능성 떠보기 첫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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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李선배 안녕히 가세요.”

“악수 한번 하고 가야지.”

신한국당 이한동(李漢東)고문과 박찬종(朴燦鍾)고문이 15일 밤 서울시내 모호텔에서 전격 회동했다.지난 13일 전국위원회 단상에서 은근히 손을 잡은 지 이틀만이다.헤어지면서 나눈 대화에서 보듯 회동 후 두 사람은'반말'을 할 만큼

가까워졌다.

李고문은 이날 회동에 대해“나라가 걱정돼 만났다”며“새 대표체제가 출범한 마당에 당이 단합해야 한다는 뜻에서 힘을 모아주기로 했다”고 밝혔다.속생각이야 어떻든 겉으론 이렇게 얘기했다.

朴고문도“조직 내부에 일부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찻잔 속 파랑으로 끝내야 한다”며“당내 문제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은 당인의 도리가 아니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두 사람은 1시간20분간의 만남에서 당 안팎의 문제에 관해 상당히 깊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장소도 호텔방이었고 함께 맥주 5병도 마셨다.대화 내용중에는 경선문제와 김현철(金賢哲)씨 처리,이번 당대표 인선과정의 뒷얘기등이 망라됐다.

李고문은“경선문제는 거의 얘기 안했다”고'강조'했다.역설적으로 경선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됐음을 내비치는 투였다.

朴고문은“(현철씨 문제에 관해)많은 고뇌가 있었다”고 했다.

관심은 대세론에 날개를 단 이회창(李會昌)대표 체제의 출범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두 사람이 반(反)이회창 연대문제를 어느 정도나 논의했는가다.

朴고문의 한 측근은“주자들간 세(勢)균형을 이뤄야 하지 않겠느냐”며“일단 물꼬는 텄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현철씨 문제에 쏠려 있는 여론도 감안해야 하고 좀 더 심정적으로 가까워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때 속도조절을 해야한다는 판단을 했을 것 같다.朴고문이 이날 대구에서“李대표의 대선후보 사퇴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며 '당 대

표=경선출마 포기'의 고리를 푼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회동은 연대 가능성을 서로간에 타진한 첫 수순이었던 셈이다.두 사람은“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박승희 기자〉

<사진설명>

신한국당 이한동고문과 박찬종고문이 15일 저녁 하얏트호텔 객실에서 만났다.이회창대표의 강력한 도전자인 이들이 어떤 압박작전을 펴나갈지 주목된다. 〈오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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