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촌철살인] "여야, 툭하면 몸 던져 막겠다? 머리를 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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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국회가 ‘전쟁’ 모드다. 한나라당은 이른바 MB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쟁점법안은 전쟁모드”(홍준표 원내대표)라며 임시국회 법안 처리를 둘러싼 강경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에 이어 여당이 쟁점 법안의 강공 처리를 공언하자 “실력저지라도 불사하겠다”(원혜영 원내대표)라고 천명한 상태다.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국회 담장을 넘어 들리는 “몸을 던져 막겠다”는 고성에 네티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사진=중앙DB]

◆‘벼르는’ 민주당 vs. ‘법대로’ 한나라당=민주당은 한나라당이 MB법안의 처리를 강행할 경우 상임위 활동의 보이콧을 넘어 ‘실력저지’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여야가 격돌할 쟁점법안은 금산분리,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국가정보원법, 통신비밀보호법, 사이버모욕죄 도입법, 이른바 떼법 방지법, 북한인권법, 교육세법 등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 의원들은 연일 ‘한치의 양보 없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15일과 16일 각각 “한나라당과 김형오 국회의장의 예산안 처리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으면 실력저지를 해서라고 국회 운영을 중단시키겠다” “한나라당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강행할 경우 실력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병석 정책위의장과 김부겸 의원은 최근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명명백백한 반민주악법, 서민.중산층을 도외시하고 친재벌적인 법안은 몸을 던져서라도 막겠다” “10년 전 외환 위기가 왔을 때도 교육세만큼은 폐지하지 않았다, 몸싸움을 해서라도 막겠다”고 각각 밝혔다.

예산안에서 밀린 복수의 당내 의원들도 “현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16일 “오늘부터 전 상임위에서 법안을 상정해 심사할 때 (야당이) 물리적 저지를 하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달라”고 말해 임시국회가 공전하는 등 정국경색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몸 말고 머리를 써달라”=여야의 ‘법안 본게임’관련 기사의 댓글란에는 네티즌의 신랄한 비판과 냉소적인 시선 등이 혼재해 있었다. 한 네티즌은 “야당은 툭하면 몸을 던져 악법안을 막겠다는데 머리를 써서 강온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댓글은 다른 네티즌의 공감 추천을 받았고 “국민은 몸싸움이 아닌 두뇌싸움을 원한다” “육탄전이 야당의 지지율을 끌어 올릴까?” “국민을 대표해 국회에서 일하라고 뽑아놨더니 저작거리 깡패만도 못하다”“누구를 위한 실력저지인가” 등의 글들이 이어졌다.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인 치킨게임. 한 네티즌이 올린 “드디어 여야가 치킨게임을 시작했다”는 댓글에도 꼬리말이 붙었다. “출혈 경쟁만 계속되다 결국엔 둘 다 망한다” “여야만 망하면 괜찮은데 대한민국 국민이 그 피해를 떠안는다” “초당적 협력은 바라지도 않는다, 초딩싸움만 하지 않기를”등의 의견들이다. 한 네티즌은 “여야가 서로의 입장만 고집하지 말고 머리를 맞대 대타협을 이루길 바란다”며 “정치권에도 미네르바가 등장해 지혜롭게 임시국회를 이끌어줬으면 하는 상상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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