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 외국인 탈출행렬 줄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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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알바니아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2일 미국.이탈리아등 주요 서방국가들은 알바니아 거주 자국민들에 대한 소개(疏開)작업에 착수했다.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20여㎞ 떨어진 리아스공항엔 하루종일 아이들의 손을 잡고 알바니아를 탈출하는 외교관등 피난민들의 모습으로 만원을 이뤘다.

그리스 대사를 태우기 위해 티라나공항에 착륙하려던 올림픽 에어웨이 소속 특별기는 공항인근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하자 착륙하지 못한채 한참동안 선회하다 그리스로 되돌아가기도 했다.13일 새벽 외신기자들이 주로 머무르고 있는 오이로파 파

크호텔엔 공항이 폐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즉각 확인되진 않았다.13일 새벽 알바니아 내무부의 한 당국자는 북부의 스코드라시가 또다시 반군들에 넘어갔으며 남부 반군장악지역 대표자들이'국민구호를 위한 국민전선'을 결성,티라나로의 진

격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북부지역의 대부분 도시에서도 시민들에 의해 자위차원에서 무기고에 대한 약탈이 자행됐다.특히 북부 스코드라시에서는 12일 밤 시민들이 군막사를 점거하는 과정에서 4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했다.

이에따라 미국등 대부분의 서방대사관은 비상요원을 제외한 전직원과 가족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미국은 12일 오후부터 2천여명에 이르는 미국민들 소개작업을 개시했다.심재두(沈載斗)씨 가족등 현지 한국인 20여명도 사태가 더 악화되면

즉각 철수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한국대사관측과 긴밀한 연락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등 국제사회는 13일 프란츠 브라니츠키 오스트리아 총리를 다시 티라나로 파견,사태중재에 나서는등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베리샤대통령의 사퇴등 극적인 전기가 없는한 사태가 호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BBC방송을 통해“유럽은 내란의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를 도와야 한다”는 바시킴 피노 신임총리의 호소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티라나=한경환 특파원]

<사진설명>

공항으로…

알바니아의 반정부 무장소요가 수도인 티라나로 확산됨에 따라 티라나에

거주하던 서방 외교관과 가족들이 12일 출국을 위해 리아스공항으로

모여들고 있다. [티라나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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