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검찰정보도 장악 의혹 - 경실련 테이프 공개 새 사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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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가 안기부등 관계기관을 통해 고소사건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결정 의견서를 넘겨받는등 국가공공기관의 모든 정보를 보고받고 장악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실련(사무총장 兪在賢)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현철씨의 YTN사장 인사 개입 내용의 통화가 담긴 테이프를 공개하며 한편으로는 金씨의 이같은 국가공권력을 동원한 정보 장악에 의혹을 제기했다.경실련에 따르면 현철씨의 정보 파이프

는 크게 두가지로 청와대 비서실과 안기부의 김기섭(金己燮) 전운영차장이 라인이다.

경실련 기자회견에서 현철씨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실을 통해 검찰의 수사자료까지 포함된'보고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즉 현철씨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을 이용해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할 국가기관의 정보를 사유화했다는 것이다.

'박경식(朴慶植) 고소사건 확인결과'라고 제목이 붙여진 문제의 보고서는 朴씨와 ㈜메디슨 대표이사 이민화(李珉和)씨 사이의 소송에 관한 내용.

이 보고서는 朴씨가 메디슨으로부터 구입한 의료장비의 성능을 문제삼자 李씨가 朴씨를 명예훼손등으로 고소했고 朴씨는 이에 맞서 李씨를 사기등 혐의로 서울지검 동부지청에 맞고소했으나 모두 무혐의처리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당시 현철씨는 자신에게 고소를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하는 朴씨에게 이 보고서를 건네주며“별일 아니다”며 포기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파이프는 잘 알려진 김기섭 전운영차장으로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기부 기조실장으로 임명된 金씨가 현철씨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해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현철씨는 金씨로부터 제공받은 안기부의 고급정보를 대통령에게 보고되기 직전 선점해 자신의 사조직을 통해 수집한 정보와 비교,분석해 한단계 높은 차원의 정보로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기섭씨는 안기부의 예산과 인사를 장악하는 기조실장의 자리를 최대한 활용,현철씨에게 접근함으로써 안기부내의 입지를 굳혔다.

한편 대통령 민정수석비서실은 이날“김현철씨가 메디슨사건의 수사전말을 조사.보고토록 검찰과 민정수석실에 지시했다”는 경실련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대통령 비서실의 한 간부는“비서실에서는 朴씨 고소사건에 대해 알아보도록 지시받은 적도 지시한 적도 전혀 없다.메디슨고소사건과 관련,박경식씨가 김현철씨로부터 넘겨받았다는'박경식 고소사건 확인 결과'라는 문건은 양식이나 활자체로 보아

대통령비서실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문서는 지난해 국회에서 조순형(趙舜衡)의원이 공개했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또 서울지검도“지금까지 조사결과 94년 당시 고소사건을 담당했던 동부지청 허용진(許龍眞)검사는 물론 공식

지휘체계상의 어느 누구도 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에 별도로 보고하거나 수사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의 한 간부는“문제의 보고서에서 사용한 용어들이 검찰이 사용하는 공식 용어들과 다르고 서로 다른 필체가 쓰인 점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문건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서로 달라 뒷부분에 첨부된 검찰의견서는 수사기록에 붙은 원문이 그대로 유출된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재국 기자〉

<사진설명>

경실련의 유재현 사무총장과 양대석 사무국장등이 13일 오전 서울종로구 경실련강당에서 김영삼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공직자인사와 관련된 비디오테이프 입수경위등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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