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정치] 정파 이해 잠시 잊고 … 송년회 ‘고·연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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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시즌이다. 국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의원들은 소속된 모임이나 지역별로 모여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다양한 모임 가운데 출신 학교별 모임이 눈에 띈다. 특히 세간에서 ‘맞수’로 불리는 연세대·고려대의 송년회가 눈길을 끈다.

고대 출신 의원 보좌관 모임인 고대 보좌진 협의회는 이달 초 여의도에서 송년회를 열었다. 일부 의원과 고대 출신 기자들까지 모두 4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국수 그릇에 막걸리를 가득 부어 한 번에 들이켜며 자기 소개를 하는 이른바 고려대 전통의 ‘사발식’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이날 여의도는 이들이 부르는 ‘사발가’와 각종 응원가로 시끌벅적했다는 후문이다. 고대 동문회는 해병대전우회·호남향우회와 더불어 ‘3대 조직’이라 불리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라는 점 때문에 모이기가 한층 조심스러워졌다고 한다. 지난해 대선 이후 열린 송년 모임과 올해 총선 직후 열렸던 봄 모임은 여의도를 벗어나 가졌다. 청와대에 가 있는 고대 출신 인사들은 주변을 의식해 부르지도, 참석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18일에는 이계진(한나라당) 의원이 주축이 돼 고대 학부 출신 의원들이 모일 예정이다. 여야 의원 25명에게 의사를 물어 현재 18명이 모임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의원 측은 “평소 후배 의원들이 선배라며 따르는데, 대접만 받았지 선배 역할을 못 했다고 생각해 식사를 사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고대에 비해 결속력이 약하다는 평을 들어온 연세대 출신이지만 정치권에선 그렇지 않다. 이미 지난봄과 여름, 각각 여의도와 모교에서 두 차례 모임을 가졌다. 연대 출신 의원과 보좌진, 국회 사무처 직원과 기자 등 100여 명 가까이 자리를 함께했다. 모임은 연대 출신 의원의 좌장 격인 김태환(한나라당) 의원과 총학생회장 출신인 정태근(한나라당) 의원이 주도한다. 이들은 여름 모임에서 걷은 회비를 모교에 장학금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17일에는 송년회로 모인다. 200여 명의 참석 대상 가운데 100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사정을 감안해 63빌딩이나 호텔이 아닌 여의도의 한 호프집을 빌려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서강대 출신 보좌진·기자 모임인 ‘서강여의도포럼’도 16일 송년 모임을 연다. 국회 서병수(한나라당) 기획재정위원장이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서강대 출신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이 자리에 잠시 들를 예정이라고 한다. 박 전 대표가 동문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2002년 이후 6년 만이다. 이처럼 활발한 출신 학교별 송년 모임에 대해 “같은 학교 출신들이 모여 정을 나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평가와 “송년회마저 끼리끼리 어울리느냐”는 곱지 않은 시각이 함께 있다. 이에 대해 연세대 출신 한 보좌관은 “동문이 한데 모여 학창 시절을 추억할 뿐 아니라 정파적 이해 관계를 떠나 비교적 진솔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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