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로 1시간 짧은 연말 휴가가 넉넉해지는 곳 -일본 돗토리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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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연말 휴가는 시간이 넉넉지 않다. 마음은 분주한데 몸은 휴식을 원할 때, 이동 시간은 짧되 감동은 배가 되는 여행지를 찾게 된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이국적 풍경의 일본 돗토리현과 친숙하지만 신비한 우리의 제주에 닿을 수 있다.

도쿄·오사카·교토로 이어지는 일본 여행의 수순을 이미 밟은 터라면, 한적하니 고유의 멋이 있는 지방 나들이는 어떤가. 인천에서 비행기로 1시간10분이면 닿는 지척에 주코쿠 지방의 돗토리현이 있다. 빼어난 자연 경관은 기본.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명소들이 있고 온천과 스키·골프장도 최고 수준이다. 아직은 사람보다 자연이 주인인 곳.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국제공항이라고 하기엔 소박하기만 한 요나고 공항을 나서면 일본식 농가 풍경 너머 다이센산(해발 1709m)이 위용을 드러낸다. ‘리틀 후지’로 불리며 신성한 산으로 숭배돼 온 다이센산은 사시사철 제 얼굴을 바꾸며 외지인을 유혹하는 돗토리현 제일의 절경. 험준한 봉우리를 덮은 설경을 5월까지 볼 수 있다. 낙타가 지나다니는 사막(?)을 만난 건 기대하지 않았던 수확. 일본 사람들도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는다는 ‘돗토리 사구’다.

센다이강 하구에 동서로 16㎞, 남북으로 2㎞에 걸쳐 펼쳐 있는 모래 언덕으로, 그 스케일이 압도적이다. 인근 주코쿠 산맥의 모래가 10만 년 동안 쌓여 만들어졌다는 사구는 바람과 시간의 힘으로 완성된 자연의 경이. 바람결 그대로 모래 위에 일렁이며 수놓아지는 풍문(風紋)과 경사면을 따라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사렴(砂簾)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살아 있는 모래언덕’이면서도 시간에 더없이 무심해 보인다.

일본 최대 규모의 꽃 공원 ‘하나카이로’에는 플라워 돔이 있어 사시사철 꽃과 야생초를 감상할 수 있다. 동요와 장난감을 테마로 한 박물관 와라베관에서는 누구나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다. 인근 시네마현에 들르는 수고를 기꺼이 청하는 이유는 아다치 미술관과 해자 유람 때문. 수준 높은 근대 일본화 컬렉션으로 명성 높은 아다치 미술관에서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 끄는 건 벽을 따라 늘어서 있는 명화보다 오히려 그림 같은 명원(名園)이다. 딱 미술관 내 창문만큼 트리밍돼 보이는 일본식 정원 풍광은 그 창틀을 액자 삼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잡지 ‘The Journal of Japanese Gardening’에서 4년 연속 일본 최고의 정원으로 뽑혔다는 1만3000여 평의 정원은 일본식 정원의 극치를 보여 준다.


1611년 세워진 마쓰에성은 산인 지방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천수각으로, 6층 망루에서 조망하는 마쓰에시 전경은 덤이다. 성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를 호리카와 유람선으로 돌아보는 것도 운치 있다. 16개의 다리를 지나며 펼쳐지는 고즈넉한 풍광도 좋지만, 뱃머리에서 나이 지긋한 뱃사공이 들려주는 일본가요도 애잔하니 정겹다. 해자에 접해 있는 시오미나와테는 ‘일본의 길 100선’에 뽑힌 전통 거리로 잠시 시간을 잊고 망중한을 즐기기에 제격.돗토리현은 한국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대부분의 관광지에 한글 안내판과 안내책자가 구비돼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과 ANA항공이 공동으로 인천~요나고 간 직항편을 매주 화ㆍ금ㆍ일요일에 운행하고 있다.

한 폭의 그림 속에서 즐기는 라운드
돗토리현에는 다이센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골프 코스가 있다. 명산 다이센과 동해를 한눈에 바라보며 라운드할 수 있는데 ‘그린파크 다이센 아난티 GC’와 ‘다이센 헤이겐 아난티 GC’가 대표적. 그린파크 다이센 아난티 GC는 다이센을 멀리 두고 고시키산의 숲과 호수를 자연스럽게 적용시킨 코스가 자랑이다. 전체적으로 평탄한 여성적 코스. 반면 남성적 풍모를 드러내는 다이센 헤이겐 아난티 GC는 일본 골프코스 설계의 마스터 도미자와 세이조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명문 코스. 적송과 원생림으로 둘러싸인 주변 풍광이 계절마다 색다른 멋을 선사한다.

돗토리현 여행상품(2박3일, 3박4일)을 이용하면 전통 료칸이나 호텔에 머무르며 주요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고, 골프를 즐기고 싶다면 그린파크 다이센 아난티 GC와 다이센 헤이겐 아난티 GC를 이용할 수 있다. 문의 에머슨퍼시픽그룹 02-2261-3388

따끈한 휴식이 있는 가이케 온천 지구
겨울철 일본 여행의 백미는 역시 온천. 요나고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가이케 온천은 1900년 동해에서 발견된 소금 온천으로, 중저 칼로리 식사와 온천욕을 결합한 ‘슬리밍 스테이’ 프로그램이 인기다. 가이케 온천 지구에는 전통여관도 많이 남아 있는데, 그중 도코엔은 일왕이 묵고 간 료칸으로 알려진 곳.

가이케에서 가장 오래된 곳으로, 일본의 유명 조각가 나가레 미사유키가 만든 넓은 정원을 배경으로 여섯 가지 테마의 온천탕을 갖추고 있다(문의 0859-34-1111, www.toukouen.com). 쓰루야는 대형 료칸 중 하나로, 3대째 오카미가 기모노 차림으로 손님을 맞는다. 최고급 가이세키 요리로도 유명한데, 요즘엔 돗토리현의 겨울철 먹거리를 대표하는 바다참게가 그 주인공이다(문의 0859-22-6181, www.kaiketuruya.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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