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매일 걷는 남자 홍록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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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같은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잘 먹고 잘 살자'하면 새벽종이 울렸던 1970년대 새마을 운동 구호 같은데, 웰빙(Well-being)이라 하면 왠지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다. 이 때문인지 요즘 의식주 관련 상품에서 제일 흔한 단어가 바로 '웰빙'이다. 어느 날 갑자기 유행에서 문화가 된 웰빙! 그렇다면 스타들의 생활 속에는 과연 어떤 웰빙 노하우가 있을까?

유행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감각의 대명사, 개그맨 홍록기. 요가는 기본에, 몸에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할 것 같은 그가 웰빙을 위해 제일 먼저 꼽는 것은 의외로 '산책'이라는데…. "무언가 꾸준히 내 몸과 마음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있다면 저에게는 그것이 산책이에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춤도 육체는 물론 정신 건강에도 좋지만 그렇다고 아무 데서나 흔들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산책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거든요. 신발만 불편하지 않다면."

필리핀의 이멜다 여사 부럽지 않을 만큼 진정한 신발 매니어인 홍록기도 요즘은 의상의 스타일이나 색깔이 아닌 산책을 염두에 둔 편안한 신발을 먼저 고르게 된다고. 산책을 즐긴 지도 어언 6년째. 예전의 그는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언제나 자동차를 이용했다. 그런데 하루는 차를 못 가지고 오게 되자 택시 타기도 뭣해서 그냥 무작정 걸었다. 하지만 운동 후 더 피곤할 줄 알았던 몸이 훨씬 더 가뿐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저도 깜짝 놀랐어요. 걷는 것이 좋다는 얘긴 많이 들었지만 제 몸으로 직접 느끼니까 정말 새롭더라고요. 그래서 요즘도 운동할 때는 차를 안 가지고 다니는데 왕복으로 30분씩 걷는 시간을 포함해 여유있게 스케줄을 잡죠."

가장 장거리 산책은 어느 볕 좋은 날 압구정동 집에서 잠실까지 걸어갔을 때라고. 두어 시간 넘는 길에 쉬엄쉬엄 걸으며 맘에 드는 찻집에 들러 커피도 마시고, 차 타고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후미진 밥집에서 든든한 요기도 했단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산책 때문에 징크스도 생겼다. 남들은 녹화 전 입술을 풀어야 말이 잘 나오는데, 그는 단 10분이라도 산책을 하며 다리를 풀어줘야 편안한 마음으로 진행이 된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경험한 산책의 효능을 100배 높이는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혼자 하는 것 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꼭 잡고 하는 산책이 가장 즐겁죠. 저요? 요즘 여자친구 덕분에 정말 산책할 맛납니다." 애인 얘기하며 살인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에게 짓궂게 돈 드는 웰빙은 안 하는지 물었다.

"아, 얼마 전 저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투자 좀 했습니다. 큰 맘 먹고 비데를 설치했거든요. 처음에는 좀 어색하더니 요즘은 화장실 가는 것도 너무너무 즐거워요. 근데, 이것도 웰빙 맞아요?"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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