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 라인서 프라이드 조립 시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현대·기아자동차가 글로벌 판매 부진을 극복하려고 다양한 생산성 향상 수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노사 협의를 통해 탄력적인 생산방식을 도입하는 한편 재고가 넘치는 해외 공장에선 휴업을 통해 재고를 줄이는 전략이다.

기아차는 12일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 공장의 카니발 조립라인에서 소형차인 프라이드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혼류’라고 부르는 생산방식이다. 금융위기 이후 대형차인 카니발 수요가 확 줄고 소형차 인기가 높아진 데 대해 탄력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1일 이 회사 노사는 프라이드를 이런 방식으로 생산하는 데 합의했다. 그동안 소하리 공장은 두 조립라인을 운영해 왔다. 하나는 프라이드, 또 다른 하나는 카니발 전용이다. 기아차는 이날부터 카니발 전용라인에서 생산이 모자라는 프라이드를 함께 조립한다. 이달에만 2500대의 프라이드가 새로운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에 따라 기존 프라이드 전용라인(월간 1만3200대)에 19%를 더한 1만5700대의 프라이드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은 19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해외 공장의 첫 장기 휴업이다.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적정 수준을 넘어선 때문이다. 이달 현재 미국판매법인(HMA)의 재고는 앨라배마 생산 재고를 합쳐 12만 대 정도다. 적정 재고 수만 대를 훨씬 웃돈다. 앨라배마 공장은 이미 4분기에 1만5000대 감산 등 하반기에만 3만 대 이상 생산을 줄였다. 이에 따라 연산 30만 대인 이 공장의 가동률은 올해 70%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달부터 딜러들이 그랜저·앙트라지(카니발의 수출명)를 사면 베르나를 공짜로 주는 ‘1+1’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큰 효과가 없다. 워낙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현대·기아차 유럽법인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아차의 경우 현지 생산 씨드의 판매가 급감하는 가운데 본사에서 보낸 수출차가 입고되면서 대부분 차종의 재고가 석 달치를 넘어섰다. 이처럼 과잉 재고는 판매 부진에다 한국에서 선적된 수출 물량이 가세한 때문이다. 현대차는 10월 11만8890대를 수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도 10만7621대를 수출해 판매가 정상이던 상반기 실적을 상회했다. 하반기 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본사에서 수출 물량을 밀어낸 것이 현지 판매법인에 부담이 된 것. 10월 이후 현대·기아차의 해외 현지판매(기존 공장 기준)는 전년 대비 20∼30%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2공장을 가동한 중국·인도는 목표 대비 판매가 50%를 밑돌았다. 새 공장의 정상 가동이 어려울 지경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앨라배마 공장 휴업은 장비 점검을 위해 연간 두 차례 하는 정기 가동 중단이 조금 길어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 수출은 환율이 좋을 때 국내 재고 물량을 해외로 내보낸 물량 조절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