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못 좁힌 SOC 예산 200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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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처리가 시한 마지막 날 로 미뤄졌다. 3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10시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담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민주당 원혜영·한나라당 홍준표·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 한나라당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김형수 기자]


당초 여야는 이날 오전 10시 소소위를 다시 열 계획이었다. 이 자리에서 SOC 예산을 매듭지은 뒤 오후 2시 소위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의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시각차가 너무 컸다.

한나라당은 “이한구 예결위원장이 SOC 예산은 5000억원 정도만 삭감하기로 대체적인 윤곽을 짰다”(간사 이사철 의원)고 버텼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SOC 예산 중에 3조원을 삭감해야 한다”(오제세 의원)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후 5시40분쯤 새로운 교섭안이 나왔다. 민주당은 SOC 예산 3조원 삭감 대신 1조원 삭감 안을 새로 들고 나왔다. 문제는 삭감 항목이었다. 민주당에선 대운하 사업의 일환이라고 의심해 온 4대 강 정비사업 예산과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 예산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기존 입장에서 1000억원을 더 삭감, 6000억원으로 맞추겠다고 제안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최후통첩”이라고 말했다.

오후 10시 원내대표들이 다시 만났다. 민주당에선 한나라당의 6000억원에다 4대 강 예산과 포항 예산 1000억원씩 모두 8000억원을 삭감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삭감분(2조3000억원)에다 추가로 2조원을 편성해 모두 4조3000억원대의 ‘일자리 창출’ 예산을 확보하자고도 했다. 한나라당에선 “기업들이 아예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비현실적 제안이 담겼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나마 성과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모두 1조원을 추가 출자키로 합의한 것 정도다.

양당은 그러나 ‘결렬’을 선언하진 않았다. 12일 논의 일정을 줄줄이 잡았다. 원내대표 회담은 물론 법사위도 같은 시간대에 소집했다. 원내대표 회담 이후 예결위도 소집하기로 했다.

여야에선 “막판 합의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결렬을 향해 서로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예산안조정소위에선 삭감 심사만 했을 뿐 증액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이한구 위원장은 그러나 “미리 편성해 놓은 게 있어서 처리만 하면 된다”고 했다.

한편 민노당 의원 다섯 명은 이날 또 법사위 회의장을 점거했다. 감세법안 등 예산안 부수법안의 처리를 막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두 시간 가까이 파행되던 법사위 전체회의는 오후 3시쯤 47개 법안 중 예산 관련 16개를 뺀 31개만 처리하는 조건으로 잠시 열렸다. 회의를 마친 뒤에도 민노당 의원들은 법사위원장실에 남아 예산 부수법안 처리를 막았다.

예산안 처리 시한이 막바지로 향하자 김형오 국회의장의 결단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의장이 16개 법안에 대한 심사 기일을 11일 자정까지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본회의 직권 상정으로 여야의 협상을 압박한 셈이다. 김 의장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12일 예산안 처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남궁욱·임장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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