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기수는 키 1m68㎝, 체중 49㎏ 이하…억대 연봉자는 20명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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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경마 기수는 체격이 커선 곤란하다. 기수가 되려면 키는 1m68㎝ 이하, 체중은 49㎏ 이하라는 조건에 맞아야 한다. 현역 기수 가운데엔 경주를 앞두고 사나흘씩 굶는 기수도 적지 않다. 시력도 0.8이상(나안 기준)이어야 한다. 1990년대 초까지 시력 조건은 현역 기수들에게도 적용돼 기수들은 안경은 물론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것도 금지됐다. 그러나 기수들이 반발하면서 지금은 콘택트렌즈를 껴도 무방하다.

기수는 매년 뽑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수급 사정에 따라 모집하는데 요즘은 5~6대 1의 경쟁률을 보인다. 예전에는 경쟁이 더 치열했지만 한국인의 표준 체형이 커지면서 신체조건을 충족시키는 젊은이들이 적어진 탓에 경쟁률이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다.

현재 한국마사회(KRA)에 등록된 기수는 모두 63명. 수입은 실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기수의 수입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착순 상금을 비롯해 기승료, 조교 수당 등이다. 기승료는 실제 경주에 기승할 경우 순위에 관계없이 5만원이 나오며 조교 수당은 아침 조교(말을 훈련시키는 것) 실적에 따라 배분된다.

기수는 대부분 억대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박태종·문세영·조경호·최범현처럼 최고 스타급 기수들만의 얘기다. 억대 연봉자는 20명 안팎이고, 연간 수입이 2000만~3000만원에 불과한 기수들도 적잖다.

국내 경마 최고 연봉자인 문세영의 수입은 올해 대략 3억원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된다. 그가 탄 경주마가 올해 벌어들인 상금은 40억원이 넘지만 이 가운데 7.6%만이 그의 몫이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승부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기수는 경주일(토·일요일)에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반 감금 생활을 했지만 지금은 경주가 끝나면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다. 예전에는 집안의 애경사 등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 재결위원회의 허락을 얻어야만 경주일에 외출이 가능했다.

기수들은 뚝섬 경마장 시절(과천 경마장은 1989년 개장)에는 경마장 내에 마련된 관사에 살았다. 과천으로 옮긴 뒤엔 경기도 안양시에 ‘준마 아파트’가 지어져 이곳에 기수들이 몰려 살았지만 지금은 이곳을 벗어나는 추세다. 그래도 여전히 경마장에서 가까운 과천·안양·의왕·평촌 등에 기수들이 모여 사는 편이다.

기수들은 체구가 작아야 하기 때문에 배우자가 키가 더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수인 남편보다 부인이 20㎝ 이상 큰 경우도 있다.

박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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