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징용 韓人 넋기려 사이판 이어 팔라우도 해저추모비 잇단 건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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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남태평양 바닷속에 2차대전 징용 희생자를 위한 해저추모비가 잇따라 세워진다.이 해저추모비들은 세계적인 유명 스쿠버다이빙 포인트에 위치해 있어 앞으로 새로운'수중관광명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해저추모비가 처음 세워진 것은 지난해 3월1일.중앙일보사와 삼성물산(건설부문)은 사이판 앞바다에 2차세계대전 당시 수장된 한국인 희생자들의 넋을 추모하기 위해 애석(艾石)으로 된 추모비를 세운 바 있다.

중앙일보사의 추모비 건립에 뒤이어 민주당 이규정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국회 스킨스쿠버 동호인회는 오는 4월 사이판 남쪽 비행기로 2시간 떨어진 팔라우에 수중 한인위령비를 세우기로 했다.

팔라우는 사이판처럼 2차대전 당시 미군과 일본군의 격전지였던 곳으로 수많은 한인들이 징용으로 끌려가 희생됐었다.

이번 팔라우에 세워질 수중위령비는 스테인리스(가로 50㎝,세로 70㎝)로 돼 있으며 침몰선의 철판에 부착될 예정이다.

팔라우에는 현재 2차대전중 침몰된 일본군 수송선들이 많이 있는데 침몰 당시 한국인들이 많이 승선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이 침몰선들은 세계 스쿠버다이버들이 잠수를 즐겨 하던 유명 다이빙포인트이기도 하다.

국회 스킨스쿠버 동호인회와 함께 이번 수중위령비 건립사업에 참가한 한국해양탐험대장 황대영씨는“갈수록 많은 한국 스쿠버다이버들이 팔라우의 바닷속을 찾고 있다”며“이들에게 단순히 잠수를 즐길 뿐 아니라 조금이나마 역사를 바로 알게 하

기 위해 수중 위령비를 세우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국회 스킨스쿠버 동호인회는 지난해 12월 구천서(자민련).김기재(신한국당)의원등과 국회 사무처 직원들로 결성됐다.이 동호인회는 앞으로 티니언.압.트럭등 전쟁의 상흔이 묻힌 남태평양의 여러 섬에 수중위령비를 계속해 건립해 나갈 계획

이다.

이 수중위령비들이 계속해 건립될 경우 주변의 수중경관과 어우러져 하나의'해저 기념 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실제 사이판에 세워진 중앙일보 해저추모비의 경우 스쿠버다이버들이 찾는'수중명소'가 됐다.

특히 잠수부뿐 아니라 관광용 잠수함이 이곳을 순항함으로써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스쿠버다이버들이 지난해 현지 정부의 사전허가없이 수중위령비를 부착했다가 강제철거되는등 말썽을 빚기도 했다.

남태평양의 여러 섬들은 수중의 비경을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 산호.조개등 바닷속의 어느 것 하나도 마음대로 움직이거나 훼손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순남 기자〉

<사진설명>

지난해 3월 중앙일보사.삼성물산이 함께 세운 사이판의 징용 한인희생자

해저추모비.올해 남태평양의 침몰선 포인트에 추모비가 잇따라 건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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