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우울증 부르는 여성 골반통 조기 치료로 잡을 수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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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앙일보와 함께 진행했던 만성골반통 무료검진 캠페인 결과를 최근 발표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만성골반통센터 허주엽(의료원장·사진) 교수의 말이다.


“263명의 환자를 분석했더니 평균 5.2년 통증을 경험했고, 골반 통증 외에도 허리·엉덩이·고관절·외음부 등에서 모호한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저체중은 물론 묽은 변과 복통·변비 등 과민성대장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골반통은 정신적인 문제를 동반하기도 한다.

“스트레스·화병이 골반통을 일으키고, 골반통이 다시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집니다. 환자의 절반이 우울증을 호소했고, 6명 중 1명은 심각한 수준이었죠.”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으니 주변에선 꾀병으로 무시당하기도 한단다. 통증이 다양하고, 모호하다 보니 많은 환자가 병원 순례를 한다. 정형외과·정신과·소화기내과 등을 전전하다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골반통과 관련된 자궁부속기에는 신경분포가 적어 비뇨기계나 소화기계 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것.

감별도 어렵지만 치료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오래된 골반통일수록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원인이 산부인과 질환이 아니라면 해당되는 과로 옮겨 치료하고, 부인과가 원인이면 다영역적 치료를 합니다. 현재 85%에서 통증 완화 효과가 있습니다.”

내과적 치료는 행동요법과 항우울제 투여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도와준다. 이완요법, 스트레스 관리, 성 문제나 결혼생활 상담, 최면요법이나 정신적 치료법이 유용하게 활용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수술은 골반통 치료의 대종을 이룬다. “복강경 검사와 조직검사를 통해 염증이 예상되면 배양검사를 하고, 내막증이 있다면 외과적 절제, 혹은 전기소작을 합니다. 월경곤란증이 있다면 자궁천골 인대를 절단하면 도움이 되지요. 또 유착이 발견됐을 땐 이를 박리하고, 전통적 치료로도 치료가 안될 땐 천골 앞쪽 신경을 절제합니다.”

그는 만성골반통도 초기에 ‘진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반통 환자의 80%는 골반내막증이나 선근증(자궁 근육에 생기는 내막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중 8% 정도가 매년 난소암으로 이행된다는 거죠.” 골반통을 방치하지 말고 조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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