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교통사고사망 느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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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교통사고 사망자가'상당히 늘었다'는 소식이다.작년말 실적을 집계한 당국자는 통계책자를 만들 생각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교통사고 사망자 반(半)으로 줄이자'며 캠페인을 벌이던 사람들,법석을 떨던 총리실 교통

안전정책심의위원회가 먼저 아연할 일이다.

문제는 또 있다.우리나라는'사고후 3일이내에 사망한 경우'만을 교통사고 사망자로 친다.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은 30일까지다.만약 통계방식을 바꾼다면 사망자는 더욱 는다.

왜 사망사고가 이처럼 많을까.

사망사고를'고의'로 내겠다는 사람을 단속하지 않는게 첫째 이유다.자신은 그렇다치고 다른 사람까지 살상하려는'과속운전'을 우리나라는 전혀 단속하지 않는다.야간 고속도로.국도를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대형차.총알택시를 경찰이 단속한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당국의 대책은 국도 군데군데 설치한'스피드 험프'가 고작이다.첨단장비도 단속할 사람도 태부족이다.

우리나라는 또'과실'로 사망하는 운전자가 너무 많다.그러나 미국에선'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죽을 확률은 거의 없다.이미 30년전에“차량이 과실로 차도를 벗어날 경우 충격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시설물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만들었고,그 후 미국 도로 곳곳에는 물.모래.공기를 넣은'충돌쿠션'이 설치되고 있다.이에 비해 우리나라엔 아직도'아무 효과도 없는'폐(廢)타이어가 고작이다.노량대교 보호대는 사람 몇이 밀면 넘어갈 정도고,올림픽대로 가드레일은 항상

여기저기가 끊어져 있을 정도다.그런데 요즘은 만들었다 하면 교량.고가도로등 구조물이다.관리할 능력도 없으면서 시설만'고속용'으로 만들어 사망자만 양산하는 꼴이다.

사고후 처리는 더 가관이다.우리나라에선 대개 같은 곳에서 사고가 집중된다.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기 때문이다.특히 사고후 분석을 안하는게 문제다.경찰이 작성하는 교통사고보고는'누가 잘못했는가'를 가리자는 서식일 뿐 그 안에'

왜 사고가 났는가'를 분석한 정보는 없다.그러나 외국은 다르다.일단 사망사고가 나면 예외없이 전문가가 출동해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분석해 도로등 시설을 고치고,장비를 개발하며,단속방법을 바꾸고,운전자를 교육하는 자료를 만들어 낸다.

사고분석기능은 당연히 전문화돼야 한다.행정쇄신위원회가 이 안건을 접수한지 이미 1년.그러나 위원회는 웬일인지 처리를 늦추고 있다.건설교통부.경찰청등 부처간 입장차이 때문인가,아니면 이보다 더 중요한 쇄신안건이 그렇게 많은가.그러는 동안 억울한 죽음만 늘어난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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