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게이트>청와대 현철씨 관리 왜 실패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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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가 22일 내놓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취임4주년(25일) 관련 보도자료에는 金대통령이 그동안 1만2천회의 모임을 통해 20여만명을 만났다는 통계가 있다.열심히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현장감을 익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金대통령은 취임초부터 떠돈 아들 현철(賢哲)씨와 관련한 루머를 듣지 못했을까,아니면 무시했을까”라는 의문이 청와대 내부에도 있다.청와대에는 대통령의 친인척관리 담당에다,여론수집.사정(司正)부서가 있는데도 현직 대통령의 아

들이 검찰조사를 받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 무엇을 했느냐는 자문(自問)인 것이다.

우선 金대통령이 현철씨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여론동향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민정쪽이나 정보기관의 보고가 부실했다는 것이다.심지어 한보사건이 악화된 뒤에서야“현철이한테 그런 엄청난 소문도 있었느냐”고 金대통령이 정색했다는

얘기도 있다.

친인척관리의 문제점도 나온다.그러나 담당인 총무수석실은“직계가족은 관리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한다.한 관계자는“현철씨는 대통령의 1급 참모격인데 친인척관리 차원에서 할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金대통령은 일요일 가족예배때 청와대에 들어오는 현철씨로부터 여론을 들어왔다.청와대등 권력 핵심부에선 부자(父子)의 독대(獨對)내용 속에서 권력흐름과 정국운영 방향을 알려고 애를 써왔다.이 관계자는“부인 손명순(孫命順)여사는

장남 은철(恩哲)씨를 좋아하지만 金대통령은 자신과 모습.성격을 닮은 현철씨와 얘기하길 즐겼다”고 전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현철씨에 대한 정보보고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관리나 감시장치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이 자랑하는,전화를 통한 여론파악의 문제점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청와대 당국자는“아들문제를 묻는 대통령의 전화에 상대방은 전화해준데 대해 감읍해 시중의 나쁜 소문들을 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여기에다 신한국당.정보기관에 포진해 있는 일부 민주계인사들이 현철씨가 정책결정과 인사에 관여한다는 소문을 제대로 金대통령에게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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