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당진제철소 경제성 불투명 재검토-한국경제연구원연구위원 곽만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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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보사태는 정부의 개별산업에 대한 무분별한 개입이 국민경제에 얼마나 큰 폐해를 가져다 주는지를 극명히 보여준 사건이다.더 큰 문제는 한보제철소라는 공룡이 아직도 살아있고 해결방향에 대한 검증없이 조기완공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당국은 향후 약 1조원의 추가비용을 부담하면 공장을 완공할 수 있고,코렉스설비 또한 포항제철 기술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정부의 주장대로 한보제철소를 완공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원가(原價)우위를 확보해

경쟁력있는 제철소로 회생(回生)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면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철강산업은 기본적으로 원가싸움이다.신규제철소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안정적 대량생산체제를 갖춤과 동시에 초기 투자비용을 최대한 낮춰야 하고 공사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필수요건이다.한보제철소는 기술적인 면에서나 경제적인 관점에

서 볼 때 완공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기술적인 면에서 코렉스공법은 대량생산체제에 적합하지 않다.단위 공장 규모가 3백만급 고로(高爐)에 비해 4분의1에 불과해 고로의 생산효율성을 따라갈 수 없다.또 코렉스공법은 아직 대형화 조업기술의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 생산

기법이며 연구개발단계에 있는 공법이다.한보제철소 B지구에 건설중인 직접환원철 생산설비인 DRI공정 역시 천연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코렉스에서 배출되는 부생가스를 재처리해 사용하는 세계적으로 조업경험이 전혀 없는 공정이다.한보제철소 B

지구 전체 공정은 코렉스.DRI설비중 하나라도 정상화되지 못하면 상.하부 전체 공정의 정상가동이 불가능하다.

상업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한보제철소의 향후 전망은 매우

어둡다.철강조업기술을 확보한 포항제철도 코렉스의 용선원가가

고로방식에 비해 약 1.5배 높은 실정이다.일부에서는 앞으로 철강경기가

회복되면 철강가격이 상승해 한보제철소가 흑자

로 전환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한보의 코렉스 및 미니 밀

공정의 생산원가가 국내 고로방식 제철소의 생산원가보다 높은 한

한보제철소는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품질면에서 고로제품에 비해 열세인 미니 밀 제품이

가격면에서도 불리하다면 수출도 어렵다.국내 철강재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여 한보철강을 정상화시킨다 해도 이것은 한보제철소의 비효율적

생산체제로부터 발생하는 비용을 국내 수요

업체에 전가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다.

필자 역시 5조7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된 한보제철소가

하루빨리 정상가동되기를 바란다.그러나 조기완공에 앞서 향후 소요될

투자규모는 얼마며,완공후 기술적.경제적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지 전문기관의 객관적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만약 완공후에도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면 이미 완공된 생산설비라도

시장가격에 따라 매각해 청산절차를 밟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물론

이것은 정치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선택일 수 있다.그러나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면 정책당

국은 한보사태로 이미 저지른 정책 실패를 국민으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연구위원 곽만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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