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게이트>김현철씨 수사 '이기회에 말끔히 정리' 金대통령 의중 반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검찰이 김현철(金賢哲)씨에 대해 한보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의혹까지 전면 조사키로 한데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강력한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져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이미 19일의 수사발표때 한보 정보근(鄭譜根)회장을 상대로 金씨에 대한 기초자료 수집을 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수사진의 준비상황도 시늉만은 아니라는 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그동안 수사 관계자들은“金씨의 구체적 혐의가 드러난 바 없다”고 누차 밝혀와 아무런 혐의점도 찾아내지 못한채 야권으로부터'면죄부(免罪符)수사'라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높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검찰의 전면조사 방침은 金대통령이 결심한'현철씨 문제 말끔히 정리'라는 일련의 해법속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단순한 통과의례식 수사는 결코 아니라고 여권 핵심부는 전하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金대통령은 아들의 의혹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는한 한보사태를 돌파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金대통령의 이같은 상황판단은 사안의 중대성,현철씨를 둘러싼 민심동향을 종합적으로 파악한뒤 내린 결론이라

고 이 관계자는 말한다.

이 관계자는“검찰수사가 면죄부 발부용이라는 비난을 받으면 국회 청문회의 증인채택과정에서 金씨 문제가 더욱 꼬일 수밖에 없고,더 나아가 차기정권에서 현철씨 문제가 재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고 전했다.그

는“이번 기회에 확실히 의혹을 푼다는 것이 金대통령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金대통령의 결단은 최근 당 중진의원과 정부인사.각계 원로들과의 면담등을 통해 전해들은 현철씨 관련 건의를 대폭 수용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은 이에따라▶검찰에서의 모든 의혹 조사▶25일 담화때 현철씨 관련 대국민 사과▶인사.정책에 영향력 행사를 차단하는 가시적 조치등 일련의 해법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국민 사과에는 어찌됐든 대통령의 자식이 물의를 일으키게 된데에는 통치권자이자 아버지로서 부덕의 소치를 느끼지 않을수 없다는 톤의 표현이 삽입될 것으로 알려졌으며'부덕의 소치'를 뛰어넘는 강도높은 표현까지 물색중이라는 게 측

근의 전언이다.

현철씨의 거취에 대해선 향후 잡음 소지를 없애기 위해 해외유학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해외로 나갈 경우 오히려 쓸데없는 의혹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어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현철씨는 이미 오는 봄부터 일본 와세

다대 강의가 계획돼 있어 한.일간을 자주 왕래하게 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검찰의 전면조사 방침엔 현철씨가 한보게이트와 무관하다는 자신감도 뒷받침됐다”고 전했다.한편 검찰의 철저조사 방침에도 불구하고 金씨에 대한 조사는 여러가지 장애물이 놓여있다.우선 피고소인 6명중 5명이 현역의원인데다

전원이 검찰 소환에 불응한다는 입장이어서 조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한 뚜렷한 증거도 현재로선 없는 상태다.검찰관계자들 사이에선 자칫 정치싸움의 와중에 검찰만 또다시 피해를 보게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권영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