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세도정치나 다름없다-조순서울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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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조순(趙淳)서울시장이 현 국가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경제문제나 행정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해결책까지 제시했다.한보사태 이후 나타난 우리의 정치행태에 대해“조선조 세도정치에 다름없다”

고 전제하고 한걸음 더나아가 현정부의 개혁을 총체적 실패로 규정했다.

19일 오전 도산아카데미연구원 주관 세미나 주제발표 내용이다.

趙시장의 이같은 목소리는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대선을 1년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고 또 야권후보로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趙시장의 위상 때문이다.

물론 趙시장은 어디까지나“원론적 입장에서 현 국가상황에 대해 언급했을 뿐”이라며 더이상의 확대해석을 말도록 주문하고 있다.

우선 趙시장은 경제학자답게 국가경쟁력에 대해 언급했다.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고 60,70년대부터 뿌리내리고 있는데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정부가 무능했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첫째,정치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국민에게 장래에 대한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정치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기 위해 비리가 끊이지 않고 지역주의라는 괴물이 정당을 유지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둘째,趙시장은 우리 행정이 아직도 매너리즘에 빠진 관료주의가 만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관료가 기득권 유지를 위해 할거하고 협조와 양보가 없는 현 상황에서 국가경쟁력이 되살아날 수 없다는 논리다.

셋째,고비용.저효율의 경제적 문제를 거론했다.趙시장은 고비용보다 저효율문제가 더 심각한데 대부분의 기업이 고효율을 위한 '창조적 파괴'활동을 등한시 한 결과가 오늘의 경제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지방자치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

趙시장은 지방자치의 부분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중앙집권적 법령과 관행이 온존해 국가경쟁력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다시 말하면 중앙집권은 곧 까다로운 절차와 권위로 뭉친 경제활동규제를 말하고 이는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진

다는 것.

이같은 국가경쟁력 회복을 위해 趙시장은 돈안드는 정치를 강조했다.이 대목에서 趙시장은“현재의 우리 정치는 국민의 요망을 외면한채 조선조 순조이후의 안동김씨나 풍양조씨가 하던 세도정치를 방불케 하고 있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이 부

분은 한보사태 이후 대통령 차남 김현철(金賢哲)씨를 둘러싼 세간의 의혹을 간접적으로 지목하고 있는 부분이어서 주목된다.

따라서 돈이 들지 않는 정치가되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한다.다음은 행정부가 구태의연한 관료체계를 벗고 민간의 지혜가 행정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힘을 주었다.

趙시장은 또 법을 만들때 공론을 들어 제정해야 하고 날치기 통과나 졸속을 방지해야 한다며 최근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통과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趙시장은 마지막으로 정경유착의 단절을 강조했다. 〈최형규 기자〉

<사진설명>

조순시장이 19일 오전 힐튼호텔에서 열린 도산아카데미연구원 초청

조찬모임 연설에서 현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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