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성인 관객층 '에비타''샤인''월레스앤 그로밋'등 개봉 극장가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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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극장가에 오랜만에 30~40대 성인 관객층이 형성되는 색다른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설연휴에 개봉된 뮤지컬'에비타'와 한국영화'초록물고기',그리고 가족용 음악영화'샤인', 진흙 애니메이션'월레스 앤 그로밋'등이 잘 움직이지 않던 30~40대,나아가 50대 관객까지 끌어들이며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이들 영화는 주관람층인 젊은층으로부터도 호응을 얻고 있다.또 남편에게 버림받은 중년부인들의 복수극을 그린 코미디'조강지처클럽'은 오랜만에 중년여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3월1일에는 80년대에 대학을 나온 30대들의 운동권 후일담을 그린 영화'시간은 오래 지속된다'(감독 김응수)가 성인 관객층을 겨냥하고 개봉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30~40대층의 관람행태는 영화에 따라 다르다.예컨대'샤인''월레스…'은 자녀를 동반한 중년들이 가족나들이 형식으로 영화관을 찾고 있다.

올해 39세인 마돈나가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함께 출연한'에비타'는 대작 뮤지컬이라는 고급스런 이미지 때문에 부부동반으로 많이 찾는다.30대부부는 물론 40~50대 부부들이 많이 몰려 극장 앞에는 표를 구하지 못한 중년부부들이 암표를 찾는 모습도 눈에 띈다.

43세에 데뷔한 이창동감독의'초록물고기'는 한국영화로선 오랜만에 젊은 취향의'감각'보다 차분한 감동에 초점을 둔 작품.90년대를 사는 26세 청년의 이야기지만 80년대 소설가 출신인 이감독의 소설들처럼 70년대,혹은 80년대적인 감수성이 짙게 배어 있어 30대이상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설연휴에'초록물고기'를 관람한 이복영(39.풀무원 근무)씨는“오랜만에 이 시대를 거울처럼 반영한 한국영화를 만났다”고 말했다.

요즘 영화 관객중 3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보통 5%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들 영화에선 30대 이상이 전체관객의 15%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30~40대 관객층이 움직이는 것에 대해 영화관계자들은 매우 고무된 분위기다.'초록물고기'의 배급을 맡은 시네마서비스 관계자는“개봉 첫주에 30대 관객이 극장을 찾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성인 관객층은 대부분 개봉후 3~4주 지나 평이 좋으면 극장을 찾고 그나마 비디오로 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또 한 영화인은“30대등 성인 관객을 위한 영화들이 있어야 작품수준도 높아지고 영화 소재의 폭도 넓어진다”며“그동안 우리 영화들이 너무 20대 초반 관객층만을 겨냥해 액션과 코미디등 가벼운 영화들이 양산됐다”고 지적했다.하지만 성인 관객층은 현실적으로 극장을 찾을 시간이 없는 게 문제.이번 설연휴에도 많은 직장이 휴무한 10일 월요일까지는 낮에도 성인 관객들이 꽤 있었지만 11일부터 줄어들었다. 〈이남 기자〉

<사진설명>

'샤인''에비타''초록물고기'등 오랜만에 성인 관객층의 호응을 얻은

영화들이 극장가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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