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고 최고령 졸업 김은순 할머니 "이젠 대학진학" 69세 晩學열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16일 전국 42개 방송통신고에서 열리는 제20회 졸업식에서 19~69세인 3천7백72명이 졸업장을 받는다.이중 최고령자인 전남여고부설 방송고 3년 김은순(金恩順.69.여.광주시동구학1동937.사진)씨는 졸업장을 받을 꿈에 부풀어 있다.

“방안에'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써 붙여 놓는 등 계속 격려해 준 가족들에게 감사해요.일본어학과에 진학해 더 넓은 학문의 세계를 누벼 볼 생각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치른 金씨는 97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방송대 일본어학과에 합격해 등록을 마쳤다.金씨는 전남도청 공무원으로 퇴직한 남편 황승주(黃丞周.71)할아버지와 자녀 2남2녀,초등학교~대학교에 다니는 손자.손녀 8명을 두었다.金씨는 43년 광주 수창초등학교 6학년때 경성사범에 지원했으나 음악실기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아 불합격된 뒤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이후 결혼과 함께 가사에 매달린 金씨가 만학(晩學)에 눈뜬 것은 64세인 92년 불우한 할머니들을 위문하러 갔다가 치매증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나서다.“더 늙기 전에 자식을 키우느라 미뤘던 공부를 시작해야 겠다는 생각이 치밀어 오르더군요.” 1년간의 공부 끝에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한 金씨는 93년 전남여고부설 방송고에 입학했다.주중에는 집에서 하루 40분씩 통신공부를 했고 격주로 일요일마다 학교에서 7시간 수업을 받을 때는 함께 사는 맏아들 의준(義俊.46.개인사업)씨가 차로 등교시켰다. 〈오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