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는 약, 처방받으면 바보?

중앙일보

입력

다이어트를 원하는 언니(?)들 사이에 ‘전설의 살빼는 약’로 통하는 약이 있다. 바로 ‘슬림30’이다. 이 약은 전문의약품 성분인 ‘시부트라민’이 함유돼 있으며, 국내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 약물을 구입하는 것은 누워 떡먹기 만큼이나 쉽다.

인터넷에서 ‘다이어트’를 검색하다 보면 나오는 정보 중 하나가 바로 ‘슬림30’이나 ‘리덕틸’이다.

슬림30은 구입도 쉽지만, 효과도 좋은 약으로 통한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 어디에서든 슬림30만 치면 관련검색어로 ‘슬림30 가장 싼곳’이라는 단어가 뜰 정도다.

이와 관련된 정보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2009년 유통기한 만료 제품은 효과가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인터넷 중고시장에서 인기 아이템으로 통한다.

최근 제조, 판매되고 있는 ‘뉴슬림30’은 ‘구슬림30’ 보다 효과는 약하지만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네티즌들 사이의 정설이다. 미국·캐나다의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시판하는 가격은 50달러~60달러 선이다.

미국 그린밸리사에서 판매되고 있는 슬림30은 미국에서 천연 다이어트제품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성분은 산사나무열매, 천연 센나씨앗, 굴 껍질 추출물, 로터스 잎 등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포털의 지식 관련 글들 중에는 ‘다이어트 제품으로는 드물게 인정받은 100% 천연허브제품’으로 소개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약은 국내에서는 판매가 금지된 제품이다. 국내에서 전문약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다이어트약 ‘리덕틸’에 들어 있는 성분인 시부트라민 유사성분 ‘데스메틸시부트라민’이 들어있다. 1캅셀 당 함유량은 28.7mg(뉴슬림30)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시부트라민은 혈압 상승, 정신이상, 가슴통증, 발기부전, 두드러기, 편두통, 우울, 어지럼증, 비염, 식욕감퇴, 관절통 등의 부작용이 있다. 실제로 사용자들도 갈증이 난다거나 어지럼증을 느꼈다는 사용후기(?)를 인터넷에 남기고 있다. 식약청이 ‘리덕틸’ 등 시부트라민 성분의 약물에 대해 사용대상 환자와 복용기간 등을 엄격히 제한하며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도록 하는 이유다.

식약청은 지난 2007년 중순, 인터넷에서 슬림30을 포함한 수입의약품을 광고하거나 판매한 인터넷 쇼핑몰 등 680여개소를 적발한 바 있다. 또 네이버 등 13개 업체와 정보교환 협력체계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인터넷을 상시모니터링 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식약청의 조치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구매대행 사이트들을 국내법으로 관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개인거래를 하는 네티즌들을 일일이 단속하기도 쉽지 않다. 포털들도 단속에 그리 협조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네이버, 다음 등에서는 여전히 슬림30 등 국내에서 유통이 금지된 의약품들의 정보를 쉽게 검색하고 구입할 수 있다.

슬림30을 직접 쇼핑몰에서 판매하지는 않지만 네이버 중고전문 판매 카페에서는 네티즌들 사이에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슬림30 유사제품들을 판매하는 사이트들이 ‘스폰서링크’로 검색결과 상위에 뜬다.

결국 부작용을 불사하고라도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들에 의해 ‘슬림30’ 이라는 위험한 ‘전설의 약’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미애로네트워크 김형문 기획이사는 “시부트라민은 다른 다이어트 성분들에 비해 안전한 편이지만, 급격한 감정변화 등 부작용을 가져 올 수 있어 복용시 의료진의 모니터링이 꼭 필요하다”며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정신질환, 위장장애가 있는 이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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