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고육책 “쉬운 팀 꼭 잡고 어려우면 버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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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선택’과 ‘집중’. 프로배구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짜낸 고육책이다. 잡을 경기를 ‘선택’해 그 경기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올 시즌 V-리그 개막 전 배구 관계자들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을 남자부 우승후보로 꼽았다.

삼성화재는 건재한 외국인 선수 안젤코와 탄탄한 조직력에, 현대캐피탈은 두터운 선수층에 각각 높은 점수를 줬다. 예상은 빗나갔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22일 현대캐피탈과 개막전에서 완패했다. 27일에는 아마추어 초청팀인 신협상무를 상대로 고전했다.

예상보다 심각한 주전들의 노쇠화 탓이다. 지난 시즌에는 그런대로 어려움을 헤쳐가 우승까지 일궜지만 이번 시즌에는 버거운 눈치다. 지난 시즌까지도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던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이번 시즌에는 고개를 젓는다. 최태웅·손재홍·석진욱·장병철(이상 32), 신선호(30)를 매일 옆에서 지켜보는 신 감독이다.

고민 끝에 나온 카드가 ‘선택’과 ‘집중’이다. 일단 목표를 플레이오프행 티켓이 주어지는 3위권 진입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잡을 경기에는 주전급 노장을, 버릴 경기는 후보를 투입할 계획이다. 베테랑들의 체력을 안배하는 동시에 배구 명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꼭 잡을 상대는 신협상무, 켑코45(옛 한전), LIG손해보험이다. 남은 1라운드에서는 올 시즌 돌풍의 팀 대한항공전(3일)보다 LIG손보전(7일)에 ‘집중’할 예정이다.

신 감독은 “‘환갑줄’인 선수들이 줄을 섰는데 내년에도 우리캐피탈이 1~4번 지명권을 갖고 있어 신인 수급이 여의치 않다. 올 시즌 어떻게든 끌고 가겠지만 내년에는 정말 대안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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