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틱낫한 스님이 들려주는 마음 속의 샘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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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이 들려주는 마음 속의 샘물
틱낫한 글, 보 딘 메이 그림, 이해인 옮김
계림북스쿨, 36쪽, 8500원

‘어린 시절, 나는 베트남의 북쪽 마을에 살았단다.’ 틱낫한 스님의 어렸을 적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소년 틱낫한은 내일 학교 근처에 있는 산으로 소풍을 간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들뜬다. 그 산에서 홀로 묵상하는 성자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다음날 소년은 나무와 바위, 푸른 하늘의 아름다움은 느끼지 못한 채 오직 성자를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뛰다시피 산을 오른다. 하지만 정작 꼭대기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텅 빈 오두막 뿐이다.

숲 속에서 성자를 찾아다니다 갈증을 느낀다. 때마침 작은 옹달샘을 발견하고, 기막히게 달고 시원한 물을 마신다. 소년은 더 이상 부족한 것도, 더 이상 아쉬운 것도 없게 된다.

그때 문득 이미 성자를 만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어쩌면 그 분이 샘물 속으로 들어오신 것은 아닐까? 그 분은 나에게 이렇게 샘물로 사랑을 베풀었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는 그런 깨달음이 오는 것을 보면 말이야’라고 느낀 것이다.

스님은 친구들 곁으로 돌아와 주먹밥을 먹었을 때의 느낌을 “나는 아주 행복했고,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가득했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너 역시 어디선가 이미 성자를 만났을지도 몰라. 어쩌면 그것이 바위,나무, 별, 혹은 아름다운 노을일 수도 있을 테지. 그러니까 말이야, 성자는 결국 우리 각자의 마음 속에 깃들어 있는 게 아니겠니?”

우리가 찾는 행복, 평화, 깨달음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안에 있다는 스님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틱낫한 스님이 들려주는 마음 속의 샘물』을 아이들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렴풋하게나마 뭔가를 느낀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싶다. 어쩌면 그것은 어른 독자들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이해인 수녀가 번역했다. 글이 읽기에 편안하다. 구도자끼리는 통하는게 있는지, 출판사의 번역 제의에 선뜻 응했다고 한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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