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도미노 조선업계로 번져-대동조선 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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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한보 사태의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계열사 부도에 이어 관련 기업까지 쓰러지면서 경제의 주름살을 깊게 하고 있다. 대동조선 부도는 국내 조선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우선 대동조선이 해외에서 수주한 선박 물량의 납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할 경우 한국 조선업계 전체의 대외 신용도가 떨어져 수주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더구나 선박은 워낙 덩치가 큰 것이라서 약속한 기일안에 만들어주지 못하면 하루에 척당 1만달러나 되는 위약금을 보증 은행이 대신 물어줘야 한다.또 협력사가 60여개,직원이 3천명이나되는 만큼 충남(한보철강)에 이어 부산.경남지역 경제도 휘청거릴 가능성이 커졌다. 31일 대동조선이 결국 부도를 내자 직원들은“웬 날벼락이냐”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이들은 조선경기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잘 버텨온 중견기업이 느닷없이 한보의 비자금 창구라는.오해'를 받아.억울하게'쓰러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동조선과 거래해온 은행들도“괜찮은 회사가 아깝게 됐다”는 반응이다.특히 조선공업협회는 대동조선의 부도가 올해 3억달러로잡은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에 걸림돌이 될 것같다며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대동조선은 최근 의욕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해 왔으며 영업실적도 괜찮은 편이었다.62년부터 부산조선소에서 1만이하 규모 소형선박을 주로 건조해온 이 회사는 94년부터 진해조선소 건설에나서 지난해 5월 부분 완공하면서 국내 6위의 건조능력을 갖춘조선소로 발돋움했다.진해조선소는 현재까지 1천억원을 투자,90%의 공정이 이뤄졌으며 연간 건조능력이 45만에 이른다. 대동조선은 95년 9백34억원의 매출과 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경기가 안좋았던 지난해에도 1천6백억원의 매출에 크진 않지만 흑자를 나타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미 수주해놓은 물량도 18척 4억5천만달러나 된다. 대동조선은 지분 60%를 갖고 있던 대주주이자 흥아해운 사주인 윤수원(尹壽元)씨가 경기부진과 시설투자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지난해 9월 자신의 지분을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의 처남인 이도상(李島相)씨의 세양선박에 팔게 되면서 한보와 인연이 맺어졌다. 그러나 회사측은“한보와 아무런 거래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최남덕(崔男德) 대동조선 이사는“한보가 우리 회사의 주인이라면 진해조선소의 투자자금을 마련하는데 그렇게 애를 먹고 있겠는가”라며“한보와 그렇게 연결된다는 것을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강조했다. 대동조선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재정경제원등 관계부처에 보내기도 했다. 세양선박은 대동조선의 마무리 시설투자에 들어갈 자금이 상당하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최근 이 회사를 인수할 기업을 물색하던중이었다.실제로 한진중공업이 깊은 관심을 보여 구체적인 협상을하다 한보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일단 보류한 것 으로 알려졌다. 금융계는 회사의 내용은 괜찮지만 한보와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한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어 되살아나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동조선의 거래은행인 신한은행 관계자는“이 회사의 경영상태가정상적이었으니만큼 법정관리와 3자 인수 절차를 밟으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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