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에 저능아班 암 환자도 속출-대만 핵폐기장 란위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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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위=유상철 특파원]대만섬 동남쪽 잔잔한 태평양상에 마치 귀부인의 머리모습을 연상시키면서 고요히 떠있는 작은 섬 란위(蘭嶼)도.섬을 이용한 핵폐기물 처리장소로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이 란위도는 이제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 암울 한 분위기에짓눌려 있었다.
〈관계기사 8면〉 기자가 23일 대만 동부 타이둥(臺東)에서항공기를 이용해 20분 날아 도착한 란위도의 예요우(椰油)촌에서 두달전 또다시 비극이 발생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시멘트공으로 일하던 옌푸라이(顔福來)가 30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골수암으로 왼쪽 다리를 잘라내는대수술을 받은 것이다.
“우리 섬에 핵폐기물 저장소가 들어서지 않았던 15년 전에는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이전에 란위도에선암이란 단어가 없었어요.이 모두가 지난 82년 건설된 핵폐기물저장소 탓입니다.” 란위도에서 태어난지 55년 됐다는 顔의 친척 천마오난(陳茂男)은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5면 .현지르포'로 계속 장소 탓입니다.” 란위도에서 태어난지 55년 됐다는 顔씨의 친척 천마오난(陳茂男)씨는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 1면 .현지르포'서 계속 ] “지금 타이베이(臺北)병원에 있는 조카의 한달 입원료가 6만위안(약 1백80만원)이에요.섬사람들의 모금운동으로 10여만위안을 모금했지만 이것 같고는 턱도 없습니다.” 陳의 아내 옌쑤위(顔素玉)는 아직 장가도 못간 채 변을 당했다는 처조카가 불쌍하다면서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한다.
“우리같이 못배우고 늙은 것이 바보예요.처음 핵폐기물을 담은드럼통이 들어왔을 때 통조림 제조공장을 만드는 것이라는 정부의감언이설에 속았어요.” 陳은 당시 란위도 주민들은 오히려 작은섬에 공장이 생겨 일자리를 얻을 것이란 희망에 박수를 치며 핵폐기물의 입항을 환영했었다고 기억을 되살린다.
섬 한 구석에 위치한 핵폐기물 저장소는 경비가 삼엄했으며 일반인들의 접근이 제한돼 있었다.
흰색 콘크리트 건물 3개동과 사무실 건물로 이뤄진 이 처리장앞에는 북한으로 반출하기 위한 노란색 폐기물 통들이 쌓여 있었다. 이곳에는 모두 9만8천드럼의 폐기물이 저장돼 있으며 대만본섬 3곳에서 배출된 작업복과 공구류.장갑등 소모품과 이온 교환수지와 필터등 저준위 폐기물이 보관돼 있다는게 현지 주민들의설명이다.
면적 37.3평방㎞에 난의 붉은 꽃이 유난히 아름다워 과거 홍터우위(紅頭嶼)로 불린 이 섬엔 당시 3천여 주민들이 어업을하며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그러나 지난 82년 예인(野銀)부락과 홍터우촌 중간지점에 통조림 공장으로만 알려졌던 핵폐기물 저장소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의생활이 순식간에 돌변해 버렸다.
가장 큰 변화는 방사능 피해의 첫번째 증후군인 암환자들이 증가하기 시작,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전체 주민의 0.1%에 해당하는 30명 정도가 암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섬의 다섯군데 초등학교에 최근 저능아(低能兒)반이 별도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점차 많아지고 있는 저능아들이 도저히 수업을 따라오지 못해요.특별반을 편성해 수업을 하고 있지만 이들 학생들이 성장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기자가 방문한 랑다오촌의 초등학교에서 저능아를 지도하고 있는 한 여 교사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예전에도 부락마다 한두명씩의 저능아가 태어나는 경우가 있었으나 지금처럼 학교에 아예 저능아반을 만들어야 할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는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이 핵폐기물 저장소 때문이란 것을 란위도 주민들이 알게 된 것은 지난 86년 대만섬의 한 선교사가 란위도를 방문한 뒤 핵폐기물의 부작용에 관한 기사를 기고한 뒤였다. 그것도 대만섬으로 유학을 갔던 란위도 출신의 청년들이 신문을 보고서 이를 고향의 부모들에게 말해 알려지게 된 것이다.
격분한 란위도 주민들이 대만 본섬에 유학하고 있는 청년연합회를 중심으로 거센 항의운동을 전개했으나 대만정부는 역시 꿀먹은벙어리였다.
마침내 란위도 주민들이 궈젠핑(郭建平).장하이쉬안(張海宣)등청년 지도자들을 앞세워 지난해 8월 1백50드럼의 핵폐기물을 싣고오는 선박에 맞서 입항을 좌절시킴으로써 더이상 란위도에 핵폐기물이 저장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란위도엔 7만8천드럼의 핵폐기물이 저장됐으며 주민들도 위험한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2천8백여명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대만정부가 북한에 핵폐기물을 수출하는 것에 분명히 반대 입장을 표합니다.왜냐하면 이는 대만정부가 스스로 해결해야지 다른나라에 핵폐기물을 보내 그곳 사람들에게 부담과 괴로움을 주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잠을 자면서도 이제는 자신이 핵폐기물부작용 때문에 죽을 병에 걸리는 악몽에 시달려야 하고,또 그 좋아하던 생선회도 먹을 수 없게 됐다는 郭은 대만 정부가 란위도의 비극을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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