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처리 관련 영수회담 대화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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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수회담 배경 金대통령=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동법 개정을 통해 새출발을 해서 우리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려 했으나 파업사태등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경제손실이 발생하는등 우리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들어서 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분이 만나자고 한 제의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김대중총재=야당대표의 한 사람으로서 큰 책임을 통감합니다.대통령께서 단호한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간곡히 바랍니다.우리 야당도 노사협력에 의한 경제발전에 최대의 협력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바입니다.
◇노동법 개정문제 김종필총재=신한국당이 날치기 처리한 11개법안은 무효입니다.재심의를 해야 합니다.여야가 합의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입법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잘못된 것을 시인하고 국회에 넘겨주기 바랍니다.날치기 당일 李대표가 야당한테사 전에 통보했다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야당보고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고 했지만 우리는 이를 내놓을 겨를도 없었습니다.
金대통령=나는 국회의장이 합법적으로 통과된 법을 공포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헌법절차에 따라 공포한 것입니다.지금 와서 무효화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므로 나로서는 그런일은 할 수 없습니다.그렇게 따지자면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감금한 행위는 합법적입니까.
김대중총재=만일 국회의장을 감금한게 불법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경호권을 발동하지 그랬습니까.우리 당은 노동법이 국회에서 재심의되면 국제적 기준의 대안을 제시해 노사 쌍방이 수용할 수 있는 단일안을 만드는데 적극 협력할 것입니다.
金대통령=대통령의 입장으로선 우선 국회를 가동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방식은 여야 합의로 하면 될 것입니다.특별위원회를 만들든지 해서 노동법의 여러 개정안들을 잘 심의해 처리하면되지 않겠습니까.국회에 전적으로 일임하고 3당이 합의해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안기부법 김대중총재=우리 안기부는 남북분단의 특수성을 명분으로 간첩검거와 지하당 색출은 물론 내우외환죄까지 수사할 수 있는 공룡과 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그런데 정부는 다시 찬양.고무.동조죄와 불고지죄에 대한 수사권을 되돌려주려 하고 있습니다.이 법조항은 간첩체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국민이 이 조항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 군사정권하에서 안기부가 이를 악용하여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공포정치를 자행했기 때문입니다.이 법의 개정은 반드시 철회돼야 합니 다.사실 우리당은 노동법보다 안기부법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노동계 간부들에 대한 처리문제 김대중총재=불법적 법률처리에 의한 권리침해에 맞서 파업을 일으킨 노동자들의 행동은 자기구제적 성격을 갖는 것입니다.무리한 공권력의 발동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발부된 영장은 취소토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金대통령=사전영장이 발부된 노조간부들은 여야간의 대화와 협상이 제대로 진전된다면 사전구속영장의 기한이 만료됐을때 이를 재신청하지 않는 방법등이 있지 않겠습니까.관계기관과 상의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대선 김대중총재=金대통령께서 이번 대선의 여러 과정들에 있어서 완전히 중립을 지키는게 좋겠습니다.대통령은 선거에 관여해선 안됩니다.경제문제 해결,남북문제 해결에 힘을 쏟으면서 공정선거 관리에만 신경을 써야 합니다.
김종필총재=올해는 공명선거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안보.경제.외교와 남북관계등에 전념해 주십시오.
金대통령=일전에 이미 밝힌대로 나는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처럼 탈당등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미국의 대통령들이 그렇듯이 오히려 나의 입장을 밝히는게 민주정치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자민련 탈당 사태 김종필총재=자민련 파괴 공작을 그만두어야합니다.지금도 우리당 여러 의원에 대해 탈당운운하는 말이 지상에 오르는데 절대 그러지 말아 주십시오.
金대통령=지금은 그런 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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