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女傑 에바 페론 일대기 "에비타" 소설로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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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당신이 원하면 재혼하세요.그래야만 당신이 어떤 사람을 잃었는지 깨닫게 될테니까요.하지만 후안,사람들이 나를 망각하는 것은 정말 싫어요.”세상을 뜬지 40년이나 흐른 지금도 여전히 신화적인 여인으로 추앙받는 에비타(에바 페론의 애 칭)가 1952년 암으로 죽기 전 남편 후안 페론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마돈나를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 .에비타'로 전세계가 또다시 에비타 열풍에 휩싸이고 있는 가운데 그녀의 생애를 그린 소설 .산타 에비타'(상.하,권미선 옮김.자작나무)가 번역됐다.아르헨티나에서 95년 발표된 이 작품은 우연히 영화의 발표시기와 맞아떨어졌을 뿐 영화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영화에 비해에비타 사후의 이야기가 많아 굴절이 심한 아르헨티나의 현대사까지 파악하게 한다.현재 미국 럿거스대 교수로 재직중이면서 저널리스트로도 활약하고 있는 저자 토마스 엘 로이 마르티네스(62)는 70년대 아르헨티나 민주화운동을 벌이다 8년동안 베네수엘라에서 망명생활까지 한 인물.비천한 시골 출신으로 권력의 .정점'에까지 오른 에비타의 야망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타고난 연설가로서의 면모가 독자들을 사로잡을만하다.
아르헨티나 독재자 후안 도밍고 페론의 부인이었던 그녀는 33세의 젊은 나이로 죽을 때까지 아르헨티나 .빈민들의 어머니'로뜨거운 사랑을 받았다.그녀의 시신이 방부처리돼 아르헨티나 노동부 건물에 안치됐을 때 그 열기는 극에 달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시신을 찾아와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55년 페론이 쿠데타로 넘어지면서 그녀의 시신도 갖은수모를 겪게 된다.그녀의 시신을 놓고 군부와 페론 추종자들간의숨바꼭질이 계속된다.결국 시신은 가명으로 외국으로 빼돌려져 이탈리아에 묻혔다가 몇년 후 스페인에서 망명생활 을 하던 남편에게 보내졌다.76년 고국으로 돌아와 현재의 묘지에 안장된 뒤에도 시신보호를 위해 철책을 세겹이나 둘러쳐야 했다.소설은 그녀의 사후.고행'까지를 흥미롭게 그린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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