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사태 관련 영수회담 전격 수용 청와대.與野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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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전격 수용하기까지청와대의 분위기는 반전(反轉)을 거듭했다.
영수회담을 거부한 金대통령의 기자회견(7일)이후 상황이 악화되자 11일 김광일(金光一)비서실장은 金대통령에게“민심이반적 요소가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했다.金실장은“영수회담으로풀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건의했다.
그러나 당시 金대통령은 영수회담을“머릿속에 그리지 않았다”고관계자들은 전했다.거부쪽으로 분위기가 굳어갔다.
13일 金대통령은 신한국당의원.당직자를 불렀다.청와대 만찬간담회가 끝난뒤 김철(金哲)신한국당대변인은“영수회담은 없다”고 못박았다.이원종(李源宗)정무수석은“야당이 정권퇴진을 외치는 상황에서 영수회담은 고려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자 김광일실장은 15일 명동성당 장덕필(張德弼)주임신부를 만나 金대통령과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의 면담을 성사시켰다.
이 내용은 대외비에 부쳐졌다.17일 金추기경을 만나면서 金대통령은 영수회담쪽으로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여권내 강경파들은 어리둥절했다.18일 개신교 지도자들과의 면담이 추가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역전됐다.
20일 이원종수석은 영수회담의 전제조건(야당의 반독재투쟁 구호철회)이 충족된 것이 아니잖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대통령의 결심은 그런걸 뛰어넘는다”는 논리를 폈다.
한편 이날 金대통령을 만난뒤 송월주(宋月珠)조계종총무원장은 자신과 金추기경.강원룡(姜元龍)목사 3인이“공동으로 시국성명을발표하려 했다”면서“그러나 대통령의 영수회담 수용으로 유보했다”고 밝혔다.
◇신한국당=20일 오전 고위당직자회의 도중 청와대로부터 영수회담 소식을 전해듣고는 놀라움과 당혹감이 교차하는 모습.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은“사전에 전혀 몰랐다”며“대표만이 이런 기류를 짐작했던 것같다”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전날만 해도“노동법에 대해 의견이 없는 정당 지도자와의 회담은 무의미하다”며 야당을 공박했던 김철대변인은“영수회담에서 시국의 전기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논평을 낸뒤 머쓱해할 정도.
때문에 일각에선“그동안 영수회담을 부인해온 당의 입장이 뭐가되느냐”고 은근히 불만이 터져나왔다.
◇야당=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영수회담 수락이 자기들의 공세가 먹혀들어간 것이라며 반색했다.회담형식이 요구했던 金대통령과 두야당총재의 3자회담이 아닌 이홍구(李洪九)신한국당대표가 낀 4자회담이 된 것에 대해“감(感)이 좋진 않으나 옹졸하게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
국민회의 한광옥(韓光玉).자민련 김용환(金龍煥)사무총장은 오전 수차례 전화접촉을 가진데 이어 오후에는 시내 모처에서 만나회의의제.발언분담등 세부문제를 조율하는등 대책마련에 분주했다.
박상천(朴相千).이정무(李廷武)총무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국회로 공이 넘어올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며 두 야당공조를다짐. <박보균.박승희.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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