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사장 所信광고 화제-재이손산업 이영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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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금은 파업을 할 때가 아닙니다.” 최근의 파업사태를 정면으로 되받아친 재이손 산업이라는 조그만 중소기업체 이영수(李永守.60.사진)사장의 절규에 가까운 이 광고가 뜻밖의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8일자 3개 조간신문에 5단 광고로 실린 李사장의 이같은 소신광고를 보고 18일 하룻동안 4백여통의 전화가 빗발치고 3백여통이 넘는 팩스가 쇄도했다.물론“정부 앞잡이가 아니냐”“악덕자본가의 표본이다”등 욕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
그러나 이런 비난은 20%쯤에 불과했다.나머지는“용기 있는 발언이다”“속이 후련하다”는 등의 격려와 지지 내용이 주류였다. 전화나 팩스를 통해 의견을 보내 온 사람은 그야말로 각계각층이었다.노동자와 기업인은 물론 넥타이부대,나아가 주부.학생에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했다.
그중에는 이수성(李壽成)총리.진념(陳稔)노동부장관.안광구(安光구)통상산업부장관.이석채(李錫采)청와대경제수석까지 끼어 있었다.호응이 너무 뜨거워 스스로 놀랄 지경이었다.
李씨가 재이손 산업을 창업한 것은 78년.캘러웨이.맥그리거등세계 유수 상표의 골프가방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어 수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6년전 해외로 회사를 옮긴 것도 고임금 때문이었다.李씨는 한국에서 제조업하기가 그만큼 힘들더라고 했다.
“중소기업인이 파업의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그런데 누구도 나서지 않더군요.기가 막히고 분통이 터져 광고를 냈습니다.”李사장은 어떤 노동운동가와도 토론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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