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경제살리기 과천 고위간부들 대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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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왜 정부가 가장 능률이 떨어지고,심지어 국가발전의 걸림돌이란 얘기까지 듣게 됐는가.”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에 맞춰 공무원들이 스스로 바뀌지 않는데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프로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규제완화가 제대로 안되는 것은 공무원들이.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많다.그래서 규제완화를 우리 공무원 손에 맡겨선 안된다는 지적도 높다.” 17일 저녁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 강당.정부와 공무원 자세를 거침없이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경제단체나 학계 전문가등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비판의 소리가아니다.바로 경제정책 담당 고위 공무원들의.자아비판'이었다.이자리에는 재정경제원.통상산업부등 12개 경제 부처와 외무부의 장.차관과 국장급 이상 간부,청와대 경제수석실 비서관,한국개발연구원등 14개 국책연구기관의 원장.부원장 2백30여명이 참석했다.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고위 공직자 대토론회'는 오후 11시무렵까지 계속됐다.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경제부처부터 변해야 산다'는 주제 아래 벌어진 열띤 토론이었다.
이날 모임은 오후 2시부터 시작됐다.한승수(韓昇洙)경제부총리가 대토론회의 화두로.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뒤 이어 이날의하이라이트인 이석채(李錫采)청와대경제수석과의 대화,신현확(申鉉碻)전총리의 강연이 비공개로 계속됐다.
韓부총리는“모두 변하는데 정부만 그대로라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발상의 대전환과 함께 항상 고뇌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특히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부처간 알력없이 정책을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관심을 모은 李수석과의 대화는 강연에 가까웠다.시간도 당초 45분 예정에서 30분이나 길어졌다.“20세기 사고로 21세기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문을 연 李수석은 공무원부터 변해야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자성을 촉구 했다.
자연히 분위기는 무거웠고,李수석이 질문을 유도했지만 질문자는단 한명 뿐이었다.李수석은“노동법 개정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외길”이라고 강조한 뒤“미국 기업들은 85년부터 95년까지 4백50만명을 해고했지만 덕 분에 그보다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해낼 수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개혁위원회와 관련,李수석은“위원 구성은 거의 윤곽이 잡혔다”며“재경원을 배제한다는 말은 와전된 것으로 앞으로 협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현곤.정영훈 기자> 申전총리는 “정부가 우루위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외길”이라고 강조한 뒤“미국 기업들은 85년부터95년까지 4백50만명을 해고했지만 덕분에 그보다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해낼 수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개혁위원회와 관련,李수석은“위원 구성은 거의 윤곽이 잡혔다”며“재경원을 배제한다는 말은 와전된 것으로 앞으로 협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申전총리는 “정부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후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으로 세계경제에 큰 변화가 올 것을 예견하고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허둥댔다”며 후배 관료들을 질타했다.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17,18일 1박2일동안 이런 토론회를 가진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올해 첫경제장관회의에서“내각은 몸을 던져 일해야 할 것”이라며 경제부처 각료들에게 독려성 질책을 했다.金대통령은“일부 각료들이 현재의 경제및 시국 상황을 남의 일처럼 쳐다만 보 고 있다”며 부처 이기주의에 따른 불협화음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췄다. 그러자 그동안“파업은 노동부 소관”이라며 소극적 자세를 보여온 다른 경제부처들이 파업상황을 매일 발표하는 등 갑자기 바빠졌다.韓부총리도 15일 오후부터 매일 기자들에게 파업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16일과 17일 오전에는 과천청사내 각 부처 과장.서기관.사무관을 상대로 부총리와 노동부장관.재경원차관이 나서 현 시국.
경제 상황과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강연했다.한 참석자는“과거에도 비슷한 행사가 더러 있었지만 일과성 행사 에 머무르곤했다”며“토론에서 제기된 바람직한 내용을 정책으로 옮겨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고현곤.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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