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北美연락소장 허종대사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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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미간 연락사무소 개설이 멀지않은 가운데 초대 워싱턴주재 북한 연락사무소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향후 북.미,남북관계 전개과정에서 북한측 초대사무소장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기때문이다.미국은 당초 스펜서 리처드슨 전국무부 한국과장을 초대평양사무소장으로 내정했으나 지난해 퇴임했고 후임에 에번스 리비에 뉴질랜드 주재 참사관(과장급)이 내정된 상태다.외교관례상.
상호주의'원칙이 적용될 경우 북한도 과장급을 임명해야 하지만 북한측은 사무소장의 비중을 고려, 외교부 부부장급(차관급) 임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관련정보를 종합해 보면 허종(許鍾.52)외교부 순회대사(부부장급),강석주(姜錫柱.58)외교부 제1부부장,박길연(朴吉淵.54)전유엔대사의 3파전.그러나 허종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허종이 손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혁명가계출신이라는 그의 배경과 외교능력.그의 외할아버지는 45년 건국준비위원회 부위원장.
남조선노동당(남로당)위원장.김일성대 총장을 역임한 허헌(許憲),그의 어머니는 일제시대 미국유학을 하고 중국에서 항일운동에 참가했으며 김일성정권 출범과 함께 초대 문화선전상을 역임한 허정숙(許貞淑)이다.허정숙은 북한 부수상을 지낸 최창익과 결혼했으나 그가 종파사건으로 숙청당하게 되자 아들의 성(崔)마저 자신의 성(許)으로 바꾸었다.
특히 허정숙은 지난 91년 6월 임종을 앞두고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각각 친필편지를 보내 허종등 자신의 자손을 특별히 돌봐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91년 6월11일자 노동신문에 공개된편지에서 허정숙은 특히 김정일에게“저의 자손들의 정치적 생명의보호자로 되시어 그들이 당과 혁명을 위해 충성을 다하도록 키워주시고 보살펴 주셨으면 합니다”며 노골적으로 후원을 부탁한바 있다. 허종은 이에 힘입어 지난 91년부터 유엔주재 부대사로 근무했다.그후 외교부에 복귀,지난 95년 12월 북한대표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경수로 공급협정에 서명했고 지난8일 뉴욕에서 KEDO의 스티븐 보스워스 사무총장과 부지 인수및 서비스등 2개 의정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강석주는 로버트 갈루치 미핵대사와 더불어 북핵위기 이후 관심을 모았던 북.미 고위급 회담을 주도해 널리 알려졌다.지난 94년 북.미간 합의를 도출한 강석주가 귀국하자 김정일이 직접 공항에 나가 그를 맞이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
유엔대사로 국제무대에 알려진 박길연은 지난 95년 2월 빌 클린턴 미 대통령도 참석했던 워싱턴 힐튼호텔의 미 의회 조찬기도회에 북한대표로 참석,주목받기도 했다.

<김성진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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