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외환위기 증후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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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외환위기란 외국 화폐에 대한 자국화폐 가치의 불안정이 심화되는 현상을 가리킨다.환율 불안정은 자국 화폐의 가치가 급격히 변화하거나 극단적으로 외환보유고가 고갈돼 채무 변제능력 부재(不在)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 경제는 국제수지 악화,특히 경상수지 적자폭이 크게확대되고 자본수지마저 악화되면서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고 있어 외환위기의 증후들이 표출되고 있다.한편에선 우리 경제가 94년 멕시코사태와 같은 위기상황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 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현시점에선 멕시코사태와 같은 급격한위기상황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없지만 멕시코사태와 유사한 패턴을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우리의 경상수지 적자는 2백억달러를 넘어섰다.이는 절대액으로 따지면 전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수치다.
경상수지 적자뿐만 아니라 자본수지마저 악화돼 외환보유고가 줄고있다.외환보유고는 지난해 6월이후 감소 추세를 나타내다 최근 2개월동안 증가,지난해 12월말 3백32억달러를 기록했다.적정외환 보유액을 3개월분 수입액을 충족하는 수준으로 본다면,우리의 월평균 수입규모가 1백20억달러 내외인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외환 보유액은 여유있는 수준 이 못된다.
한편 국제수지 악화는 원화(貨)를 절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것이다.우리는 여기서 경상수지 적자규모 확대.외화 보유고 감소,그리고 자국화폐 절하 압력 확대 등은 멕시코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나타났던 증후라는 데 주목해야 한 다.
경제지표상 나타나고 있는 불안요인뿐만 아니라 경제구조 변화에따른 불안요인도 커지고 있다.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국내금융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하고 있다.금융시장개방은 어떤 형태로든 국제금융시장의 충격을 국 내경제가 감당해야 하는 메커니즘을 형성할 것이다.이는 우리 경제가 국내외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경제적 위험에 더욱 노출됨을 의미한다.멕시코의 경우 OECD 가입후 자본자유화가 본격 진행되던중 위기사태가 발생했던 것도 우리에겐 시사하 는 바 크다.
환율은 국내외 충격을 흡수하는 대표적 경제지수다.정부는 환율체제를 시장 평균환율제에서 자유변동환율제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자유변동환율제 전환으로 환율변동이 자유로워지면 국제수지 악화.외채증가 등 불안요인이 시장기대를 부정 적 방향으로유도해 원화의 오버슈팅(과잉조정)을 초래할 수 있다.
환율불안정과 같은 외환위기 방지책은 경상수지적자 감소가 근본책이다.단기적으론 경상수지적자를 감소시키는 정책은 없다.멕시코사태나 동남아 국가들의 최근 상황에서도 나타나듯 자본자유화및 금융시장개방 시기에선 불태화(不胎化)정책이나 자 본유입 조정과같은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실효가 없다.따라서 외환위기 발생가능성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환율제도 전환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현재의 환율일일 변동폭을 확대하거나 또는 환율체제의 전환 시기를 충분한 시차를 두고 발표함으로써 외환시장이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할 것이다.또 국내 금융시장의 개방화가 완전히 이뤄지 기 전에 외환체제 자유화가 이뤄져야 환율과 금리와 같은 주요 금융변수의 부조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환율 불안정은 금융시장 전체의 문제다.따라서 장기적으로 국내금융시장의 효율성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금융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여야만 국내외 자본이 장기적이고 생산적인 투자에 활용돼 국제수지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멕시코의 경우 위기상황이 발생했어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경제협력체제가 있었기에 미국으로부터 도움이 가능했으나 우리는 선진국으로부터 절대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양두용 현대경제사회硏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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