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새소망>강우석 영화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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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강우석(37)감독에게는 어느덧.흥행'이란 수식어가 붙어다닌다..투캅스'.마누라 죽이기'.투캅스2'의 연속홈런을 때린 그는지금 대기업영화사들이 가장 붙잡고 싶어하는 감독이다.3억원의 감독개런티를 제의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새해 강우석감독의 머리 속을 채우고 있는 것은 다른 감독들이 만든 영화의.흥행'이다.
김의석.김성홍감독과 함께 시네마서비스라는 영화사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올한해를 한국영화계에 제대로 된.배급'체계를 확립하는데 바칠 계획이다.
“이제 영화계에도 경영(제작)과 자본(제작비)이 분리되어야 합니다. 대기업의 진출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무로 군소영화사들의 제작비를 지원하고 그 작품을 다시 직배로전국극장에 개봉하는 명실상부한 배급사가 필요한 거죠.제가 그 일을 할 생각입니다.” 최고 흥행감독의 이같은 각오는 남다른 기대를 갖게 한다.
작품당 15억~20억원하는 제작비를 지원하기 위해선 대단한 돈줄이 필요한데 그는.국민주'형태의 모금부터 충무로 자본까지 자금동원 노하우가 있다고 귀띔한다.
그래서 그는 본격적으로 영화배급업무에 뛰어든 시네마서비스의 체제를 정비했다.당분간 자체제작은 김성홍감독에게 맡기고 자신은자금관련 업무에 전념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이미 자신이 제작.연출한.투캅스2'의 배급에 성공한 그는.은행나무침대'의 신씨네를 비롯,영화세상.씨네2000등 젊은 영화사와 정지영.박광수등 중견감독,몇몇 독립프로덕션 작품들의 배급을 맡기로 했다.
자체제작영화를 포함,1년에 8편정도의 영화를 배급함으로써.충무로 메이저 배급사'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이다.
그의 이같은 움직임은 영화배급권이 대기업으로 대거 흡수되고 있는 지금의 흐름과 엇갈리는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면서 충무로 토착자본의 지지를 얻고 있다.
대기업의 영입유혹을 단호히 거절하고 있는 그는“대기업자본이 손쉽게 쥐어지면서 우리 영화계에 한탕주의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영화판은 영화인들이 주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지난해여러가지 사건으로 안 그래도 한국영화인들이 어려 운 판에 나마저 대기업에 줄을 서면 안되겠다는 생각입니다.강우석 개인이 돈번다는 구도보다 작품으로 번 돈을 모두영화에 재투자해 한국영화계에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에게는 앞으로자신이 만든 영화는 무조건 흥행에 성공해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보태졌다.
그는 흥행노선은 고수하되 앞으로는.저예산영화'로 승부할 생각이란다.제작비를 상승시키는 고질병인 스타의존성에서 탈피해“연출력으로 관객을 동원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는 것이다.그 첫작품이 곧 촬영에 들어갈 코미디영화.친자확인'이다.
2월 개봉하는 이창동감독의 데뷔작.초록물고기'와 김의석감독의.홀리데이 인 서울'의 배급을 시작으로 올해 새로운 포부를 펼칠 강우석감독은“우리나라에도 외국의 박스오피스처럼 정확한 흥행액수가 나올 수 있도록 돈흐름의 양성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이남.사진=김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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