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앞다퉈 손쉬운 돈벌이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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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도 세금을 내고 사는 시민입니다.시민들을 위해 쓸 돈을벌어들이겠다면서 아무리 소수지만 그 시민이 죽든 살든 마구 장사를 벌여도 되는 겁니까.” 광주시가 3일 서구화정동에 최신 시설을 갖춘 50타석짜리 골프연습장 문을 열자 20여개 민간업소 주인들이 퍼붓는 비난의 목소리다.
시가 설립한 도시개발공사도 두달전 상무신도심에 1백타석짜리를지어 영업중인지라 영세한 민간업소들이 위기감을 갖는게 당연하다.일반시민들도 서민 대중과 거리가 먼 시설에 수십억원씩을 투자한데 대해 시선이 곱지 않다.
경영수익사업은 지방자치 실시후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중 하나가 됐지만 환경.문화.복지분야에 접목시킨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자체들이 손쉬운 돈벌이에만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고있기 때문이다.
또 유행이 되다시피한 생수사업처럼 큰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전시효과나 시행착오로 그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사업이 적지않다.
경남산청군이 15억원을 출자해 96년4월 출범시킨 ㈜무학산청샘물은 한달 매출액이 2억~3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는상태. 경남함양군.경북성주군.전남구례군.제주남제주군등 물장사를하겠다고 나선 시.군이 한 두곳이 아니라서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경북통상.제주교역.전북무역.전남무역등 경영수익증대및 지역상품 수출 촉진을 내세워 만든 무역회사들도 운영성과가 신통치 않아 고전하고 있다.전남무역의 경우 96년 매출목표를 당초 2천만달러로 잡았다 1천5백만달러로 수정했으나 실적은 이의 26%인 3백80여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함부로 덤볐다가 수익은커녕 손해보는 일도 빚어지고 있다.충북진천군은 기채등 1백16억원을 투입해 만승면에 택지 1만6천여평을 개발했으나 2천여평밖에 팔리지 않아 일반회계로 빚을 갚느라 허덕거리고 지금까지 3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 로 알려졌다. “지자체의 경영수익사업은 공공성을 띠면서 이익을 올려야 하는데 두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을 찾기 어렵다.설사 적합한 사업이 있어도 전문경영인이 아닌 공무원들이 운영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무분별한 경영수입사업을 자제하고 있는 대구시 하종성(河鍾聲)공기업계장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같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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