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마저 얼어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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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로 번지면서 고용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채용을 꺼리면서 10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9만7000명 느는 데 그쳤다. 2005년 2월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적은 것으로, 정부 목표치(20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 2월까지만 해도 취업자는 20만 명 이상 늘었으나 10월에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연령대별로는 한창 일할 나이인 20대(-13만 명)와 30대(-3만6000명)에서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 20대 취업자는 385만3000명으로 1999년 6월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적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6만3000명)과 건설업(-3만8000명)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도소매·음식숙박업 종사자도 5만2000명 줄어 자영업이 찬바람을 맞고 있음을 보여줬다. 올 들어 9월까지 문을 닫은 음식점은 18만 곳에 달했다.

경기가 나빠지자 기업들이 임시직 근로자를 먼저 내보내면서 8만5000명이 줄었다. 상대적으로 저소득 계층이 더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취업 준비자는 10월에 58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 증가했고,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집에서 쉬는 사람도 4.6% 늘어나며 126만6000명에 달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박사는 “금융위기가 실물로 확산하며 고용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정부가 건설처럼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에 더 과감하게 투자하고, 실업자의 재취업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고용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200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에 내수 위축으로 취업자 수가 올해보다 10만 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3%로 예상했다. 이는 정부(3.8~4.2%)는 물론 삼성경제연구소(3.6%)·한국경제연구원(3.8%) 등 민간 연구소의 전망치보다 낮은 것이다.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1.9%에 그치고, 경상수지는 86억 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권혁주 기자

◆취업자 수=일자리를 갖고 있는 전체 인구. 특정 기간에 새로 취직한 ‘신규 취업자’와는 다른 뜻이다. 올 10월 현재 취업자 수는 2384만7000명이다. 이는 전체 임금 근로자와 자영업주,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임금을 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 수를 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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