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을찾아서>작가 강석경씨 장편"세상의 별은 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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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때는 소설을 쓴다는 자체가 구원인 듯 생각되었으나 그것도아니었어요.사랑도 구원이 될 수 없었습니다.나는 이 화두를 들고 인도라는 서쪽 대륙으로 떠났고 나의 한가운데로 걸어들어갔습니다.” 작가 강석경(45)씨가 세밑에 장편소설.세상의 별은 다,라사에 뜬다'를 펴냈다(살림 刊).74년.문학사상'을 통해등단한 강씨는 창작집.숲속의 방'과 장편.가까운 골짜기'를 펴내며 삶이란 정녕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그러다 소 설로써그 답을 얻을수 없었다는 듯 89년 인도로 떠났다.사람이며 산.강.풀 그 모든 것들이 이 세상을 영원 속의 한 간이역처럼 머물고 있는 인도에서의 방랑과 고독 속에서 8년만에 내놓은 작품이.세상의…'다.
.라사'는 살아있는 부처 달라이 라마가 있는 티베트의 상징적주도(主都)다.그 곳에는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소박함,인간의 순수성이 있다.척박한 자연 속에서 물질적 삶은 어려웠지만 뭔가 더 많이 가지려는 욕구.욕망의 희생자는 없다.더 이상 평화로울수 없는 완전한 나라에서 이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라사.그 이상향을 향해 결혼에 실패한 한 여인이 떠난다.
.세상의…'는 결혼에서 자신의 삶을 이끌수 없었던 두 자매가각자 새로운 삶을 모색해가는 이야기다.언니는 자신의 사랑과 헌신을 배신한 남편과 결별한 후 마음을 꼭꼭 걸어 잠그고 산다.
동생은 사랑이 아니라 연민 때문에 결혼한 남편을 떠나 인도로 간다.그곳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비록 잡히지는 않지만 사랑의실체가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이 소설에서 주 무대가 되는 인도를 작가는 여성성의 상징으로제시한다.결혼이라는 제도의 폭력,남성 중심주의의 폭력,집착.관습.이기심의 폭력등 인간 사회의 모든 폭력으로부터 해방된 지역이 작품 속의 인도다.이 인도는 폭력에 지친 영 혼들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를 낳게한다.여인이 아기를 낳듯 아무 조건없이.
“지구의 미아인 그대와 나.우리는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슬픔에 등을 떼밀려 빛을 찾아 나선 한 여자.알 수 없는 업에휘말려 낯선 하늘 아래 표류하고 있는 남자.그들은 멈출 수 없는 구두를 신고 꿈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세상 의…'의 마지막 부분이다.그 여자와 남자만이 이 황량한 시대,진정한 삶을찾아 헤매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이제 바로 세밑에서 둘러보면 우리의 분주한 삶의 그 내면 또한 그러지 않았던가.강씨는 우리의 쓸쓸한 그 내면의 가치를 나직나직 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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