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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도>35.SF영화-특수효과(SFX)꼭 필요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SF영화가 특수효과(SFX)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특수효과 없는 SF영화를 상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영화사를 통해 걸출한 작품으로 꼽히는 SF영화들은 기술적으로는 소박한 경우가 많다.
장 뤼크 고다르의 65년작.알파빌'은 미래를 암시하는 첨단기술의 특수효과나 무대장치등이 없이도 훌륭한 SF영화가 가능함을보여주는 좋은 예다.고다르는 당시의 파리시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미래 도시 알파빌의 암울한 분 위기를 충분히전달할 수 있었다.
책이라는 책은 모두 불태워지는,지식을 억압하는 전체주의적인 미래를 그린 프랑수아 트뤼포감독의.화씨 451'(67년)도 마찬가지로 장쾌한 스펙터클이나 현란한 세트촬영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걸작 SF영화로 분류할 수 있다.외계와의 접근을 통해인간의 존재방식을 탐구한 타르코프스키감독의 72년작.솔라리스'도 이같은 범주로 묶을 수 있는 기억할 만한 작품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상상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개봉중인.고스트 맘마'는 엄밀하게 SF장르로 분류하긴 힘들지만 영화가 기술적으로 완벽해야.사실적'이라는 가설을 무용하게 만들고 있다..사랑과 영혼'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 분명한이 영화는 환생을 소재로 다루면서도 돈들인 특수 효과를 찾아볼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별 어색함을 느끼지 않고 영화속 분위기를 충분히 감지한다.뛰어난 영상기술로 좀 더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영화를 감상하고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인자는 되지 않는다.관객들은 남녀간의 지고한 사랑과 이별이라는 멜로드라마에 감동하기 때문에 죽었던 최진실이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행동한다고 해서 영화를 이해하는데 방해받지 않는것이다. SF영화의 성패는 감독이 현재와 미래 세계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으며,그 속에서 살아갈 인간들에 대해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돈이나 기술의낙후성만 한탄하기에 앞서 우리의 빈곤한 상상력에 문제는 없는지자문하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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