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인질사태 유일한 해결사로 떠오르는 쿠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페루 인질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과거 혁명수출국이던 쿠바가 유력한.평화적 해결사'로 떠올랐다.특히 인질에 대한 몸값을 지불하거나 범인들의 제3국 망명을 허용하더라도 유혈사태만은 피하고 싶어하는 일본은 미국등 서방의 눈 치를 보면서도 쿠바의 역할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쿠바가 중재역으로 부상하는 이유는 이번 인질사태를 벌인 투팍아마루 혁명운동(MRTA)이 피델 카스트로의 쿠바정권을 자신들의 모델케이스로 삼고 있기 때문.
특히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로 쿠바혁명의 핵심인물이던 체 게바라(67년 사망)는 이 조직에서 영웅대접을 받고 있다.
게다가 후지모리정권이 쿠바와 원만한 관계라는 점도 쿠바의 역할에 시선을 쏟게 하는 대목이다.농업전문가인 후지모리 대통령은한때 쿠바에서 교사생활을 한 적도 있고 대통령 취임뒤에는 쿠바에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식량과 의약품을 지 원하는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쿠바는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인질극들을 평화적으로 해결한.실적'도 있다.
카스트로는 지난 4월 세살 가비리아 전콜롬비아대통령의 동생이콜롬비아 좌익게릴라 조직에 납치됐을 때 직접 나서서 인질석방을호소,범인들이 쿠바에 망명하는 조건으로 인질을 풀어주게 만들었다. 80년 콜롬비아 도미니카대사관 점거사건때도 쿠바가 나서서인질 석방을 도왔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쿠바는 중개역할 의사에 대해“시인도 부인도 않겠다(외무부대변인)”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이번사건 발생후 다른 관련국과 달리 유독 쿠바만 게릴라들의 테러행위를 비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미 비밀협상이 진행되고 있는지모른다는 추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