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MRTA 인질사건 왜 일으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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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페루 좌익게릴라들의 인질극은 일본계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대통령의 좌익 척결 정책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해석된다.후지모리 대통령은 92년부터.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선언,테러범에 대해서는 군사재판을 실시하고 사형제도를 부활시켰다 .이에 따라 페루 좌익을 이끌어온 최대 게릴라조직.센데로 루미노소(빛나는 길)'의 지도자 아비마엘 구스만은 92년 9월에 체포돼 종신형을 살고 있고,이번 범행을 저지른.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지도자 빅토르 폴라이와 2인자 페테르 카르데나스도 같은해6월 체포돼 역시 종신형을 언도받고 복역중이다.
이로 인해 센데로 루미노소나 MRTA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물론 두 단체는 이에 항거해 ▶일본 문화회관 폭파를 기도하고(92년3월)▶일본 대사관에 폭탄차량을 돌진시키는(92년12월)등 주로 일본계를 겨냥한 테러를 자행했으나 전체적인 테러 횟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그만큼 조직이 쇠약해진 것 이다.
MRTA의 이번 인질극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볼 수있다.MRTA측은“복역중인 폴라이와 5백여명의 동료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는데 한때 이 조직의 최대 인원이 1천여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그들이 입은 타격을 짐작할 수 있다.인질범들은 그들 말대로.죽기 아니면 살기'로 덤비고 있다.때문에 페루 정부의 운신 폭은 대단히 좁다.후지모리 대통령이 체면도 지키고 인질의 생명도 온전히 보존하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쿄=노재현특파원.이상 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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