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계열기업 판정 어떻게 했나-사실상 지배관계 따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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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확정한 재벌회사의 계열기업 편입조치는 지난 93년 첫조사때 14개 그룹,29개사가 계열편입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다.
〈표 참조〉 공정위는 서류상 지분관계를 중심으로 봤던 93년조사와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지분관계뿐 아니라 임직원 교류.거래관계와 함께 기업 내부 분위기까지 파악해.사실상 지배관계'여부를 규명하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다수의 기업들이 지분상으로는 모그룹과 계열관계가 아니라 해도.정황 증거'에 의해 계열사로 판정됐다.해당그룹의 내부 공문이나 회사에 붙어있는 로고까지도 계열관계를 입증하는 자료로 삼았다.공정위는 미편입 계열사가 많은 이유로 먼저 친족회사,종업원출자회사,전직 대기업 임원이 세운 회사등 대규모 기업집단과 관련을 맺는 기업형태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이런 회사를 계열사로 봐야하는지 여부는 미묘한 구석이 적지 않다.공정위도 현행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판단기준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또 기업집단 계열사에 따르는 출자제한등 규제를 피하기 위해 미편입 계열사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고 석유대리점처럼 부실화된 거래회사를 어쩔 수 없이 인수하거나 자동차부품.의류등 저임금 경영이 불가피한 중소기업형 업종을 친족.전직 임직 원 명의로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고 분석했다.한편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기업들의 반발도 만만찮았다.대개는“이미 분리독립된 회사”라며 계열 편입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현대(한국프랜지)와 기아그룹(기산)은 끝까지 자진신고를 하지 않고 버티다 검찰 고발까지 당하게 됐다.
기아그룹의 경우“종업원의 출자로 설립된 기산을 법상 명확한 근거도 없이 기아그룹에 편입시킨다면 이의제기는 물론 행정소송도불사하겠다”고 밝혔다.기아는 기산 편입으로 인해 기업집단 순위8위에서 한진을 밀어내고 7위로 오르게 됐다.
현대그룹도“한국프랜지에 대한 지급보증이 있었으나 이미 해소된마당에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매제가 대주주라고 해서 계열 강제편입은 물론 鄭회장을 고발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기산처럼 대우 종업원의 출자회사인 우리자동차판매도 끝까지 버티다 막판에 신고해 고발을 모면했고 동부그룹의 동부사회복지재단 산하 10개사도 마지못해 자진신고를 했다.
그런가 하면 선경의 경우 한국이동통신 지분이 21%에 불과하고 경영권 행사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거대기업을 계열사로 안게 되자 은근히 반기는 표정이다.
코오롱메트생명이나 동부생명의 경우 외국합작기업이 지분 51%로 대주주지만 해당그룹이 사실상 경영권을 지배한다는 판단 아래계열편입됐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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