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위 등급분류 보류는 위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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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비디오물 등급 분류보류’ 조치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검열을 금지하고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헌재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서울행정법원이 구(舊)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의 등급 분류보류 제도(제20조 4항)’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해당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2002년 10월 이모씨가 제작·감독한 비디오물에 대해 음란성 등을 문제삼아 10일간의 등급 분류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씨는 다음해 3월 재심사를 요청했으나 위원회는 다시 3개월의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이씨는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근거 규정에 대해서도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영상물 등급위원회는 실질적으로 행정기관인 검열기관에 해당하고 등급 분류보류는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검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위원회 위원은 대통령이 위촉하고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국고에서 보조받는다”며 “등급 분류를 받지 아니한 비디오물이 유통될 경우 관계 공무원이 수거해 폐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형벌까지 부과될 수 있고, 보류 횟수의 제한이 없어 무한정 등급 분류가 보류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위원회가 비디오물 유통 전에 폭력성·선정성 등의 충분한 검토를 할 수 있도록 3개월 이내의 기간 중 등급 분류 결정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50조 4항에도 그대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헌재 결정으로 개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헌법 제21조를 근거로 행정기관의 언론·출판에 대한 사전 허가나 검열에 대해 금지하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헌재는 1996년 공연윤리위원회의 영화·음반 사전 심의제에 대해 각각 위헌 결정을 내렸다. 98년엔 공연윤리위원회, 99년엔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의 비디오물 사전 심의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2001년 영화 등급 분류보류, 최근엔 TV 방송광고에 대한 사전심의제도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렸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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