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내가 선장…강풍에 흔들리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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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배를 선장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을 하루 앞둔 13일.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예정에 없이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지금 한국 경제의 상황을 망망대해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배에 비유했고, 자신을 선장이라고 일컬었다. 그는 요즘 특히 바람이 거세다고 했다.

李부총리는 "요즘 이헌재가 흔들린다는 얘기가 많다. 시속 30㎞의 강풍을 맞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나는 잘 흔들리지 않는다. (관직을 떠나) 쉬는 동안 내공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가 바람으로 느끼는 것은 '시장에 대한 위협'이다. 지난 10일 재경부 간부회의에서 그는 "시장주의자는 항상 공격을 받게 돼 있다. 재경부가 시장경제의 수호자이자 마지막 보루다. 누가 뭐래도 우리 갈 길을 가자"고 말했다. 여당과 정부 간, 또 정부 부처 간에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이견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게 한 참석자의 전언이다. 시장개혁의 방향이나 성장과 분배의 우선 순위를 둘러싼 논란이 그것이다.

李부총리는 그런 논쟁을 하기에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그리 한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는 간담회에서 "지난해 일자리를 4만개 까먹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일자리가 늘어서는 회복의 '초기 단계'라는 단어를 계속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2분기 말이나 3분기 초에는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이란 기존의 전망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자신있다"는 말 대신 "좀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는 4월에 좋아졌던 소비자들의 경기에 대한 기대심리가 5월 조사에선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李부총리는 13일 아침 아시아 소사이어티 연설에서 "민주노동당의 국회 진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기존 노동정책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李부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직무에 복귀한 이후를 강조했다. 李부총리는 "(대통령이 돌아오면) 속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했던 것들이 가시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저것 해봤지만 배가 안 가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선장에게 맡길 것"이란 말로 자신감과 함께 盧대통령과 교감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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