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탐방기 ⑥ 무등산에서 즐기는 ‘길 위의 작가들’

중앙일보

입력

무등산에서 의재를 만났다면, 이제 막 무등산에 마련된 비엔날레 코스를 입문한 셈이다. 의재미술관을 통해 이번 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는 총 15명인데 이중 주목할 만한 작가로는 브루스 코너(미국), 하산 칸(이집트) 코헤이 요시유키(일본) 등이 있다. 의재 선생과 충분히 교감을 나누었다면 이제는 이 이방인 예술가들의 차례다.

브르스코너(Bruce Conner),Punks, Dead Ashes, and Eve-Ray Forever


처음으로 눈여겨 볼 작가는 미국작가 브루스 코너(Bruce Conner). 그는 1933년생으로 이번 2008 비엔날레를 몇 달 앞두고 타계해 세간을 안타깝게 했다. 미국 캔사스주의 맥퍼슨에서 태어난 그는 학구열이 대단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몸담았던 대학만 해도 위치타 대학, 네브라스카 대학, 브루클린 아트 스쿨, 콜로라도 대학 등 다양하다.

브루스 코너는 초기 활동시절에 주로 회화와 드로잉에 열광했다. 초현실주의를 표현하는 몽환적인 미술작품을 선보여 단숨에 시선을 끌었는데 이는 곧 사진과 영화분야까지 발을 넓히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는 기존의 필름들에 따분함을 느껴 그 속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그 작업으로 인해 1950년대에 크게 유명세를 타게 된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고 할 만한 폐품을 이용한 설치예술과 조각으로 입지를 굳힌 셈이다.
이에 고무된 브루스는 5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자신의 실험적인 단편 영화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영화는 주로 미국사회의 허황됨과 혼란스러움을 꼬집는 내용들이다. 특히 그의 첫 번째 영화로 는 제작 기법이 매우 독특하다. 도처에 널린 B급 영화와 뉴스 필름 등을 비롯한 다양한 이미지들을 모아 콜라주 기법으로 연출한 것으로, 이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신선함을 발산하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브루스는 1970년대에 들어서서 밴드공연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유명 밴드들의 아지트로 유명한 ‘머뷰헤이 가든’에서 하모니카를 불며 여러 밴드들과 함께 어울리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했다. 이번 2008비엔날레를 통해 전시되는 그의 작품은 브루스 특유의 콜라쥬 기법이 돋보이는 사진 작품이다. 작가 브루스가 촬영한 주인공들은 주로 펑크족들이다. 작가는 이제 고인이 됐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히 충격적이다.

다음으로 소개할 작가는 평소 여간해서는 접하기 쉽지 않은 이집트 출신의 작가다. 그 이름은 하산 칸(Hassan Khan).

하산 칸(Hassan Khan), KOMPRESSOR


하산 칸은 75년 영국에서 출생했으나 현재는 이집트 카이로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주로 영상 미디어와 조각, 사진 등으로 표현된다. 작가가 특히 애용하는 주제는 ‘꿈’이다. 하산 칸이 집어내는 꿈의 단면은 포근하고 아련한 꿈이 아니라 기괴하고 몽환적인 일그러진 꿈이다. 작가는 본인 스스로를 ‘꿈 번역가’라고 부를 정도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도 없이 다양한 꿈을 꾸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번역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에 착안하여 새로운 영역을 발굴했다고 한다. 길몽이니 흉몽이니 하는 단순한 점술적 개념이 아닌, 예술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해석해내는 꿈들의 형태 그것은 확실히 은유적인 단계 이상의 것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전동기의 일종인 ‘컴프레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작품을 연출해 보였다. 컴프레서 작업은 작가가 의도하는 다양한 형태의 예술영역을 한꺼번에 소화하므로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다음은 작가의 말이다.
“매개체로서의 예술은 소리, 움직임, 투사, 조각, 사진 등을 취하는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컴프레서는 음악가로서의 면모를 더욱 깊이 보여줄 수 있어서 유용하다. 특히 내가 거주하고 있는 카이로의 거리에 대한 내 자신의 묘사들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카이로의 거리는 그야말로 에너지가 넘친다. 하지만 도시는 그 에너지를 지루한 일상으로 만들어버리곤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안에서 강력하고도 자극적인 기운을 어렵지 않게 들여다본다. 나의 거리 카이로 그곳이 곧 나의 캔버스다.”

끝으로 일본 작가 코헤이 요시유키(Kohei Yoshiyuki).

코헤이유시유키(Kohei Yoshiyuki), The Park


코헤이 요시유키는 일본인 특유의 장난기가 배어있는 사람이랄까. 그는 나이와 성별을 숨기고 작품을 발표한다. 작가의 성별과 연령이 관객들의 감상을 방해한다는 게 그 이유다. 브루스 코너와 하산칸에 이어서 요시유키 역시 거리를 사랑하며 거리 위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작가이다. 도쿄에서 거주하며 주로 그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데 이번에 선보이게 된 작품은 공원에서 찍은 사진작품이다. 그의 작품 활동은 보예르들과 종종 함께 이루어진다. 보예르(voyeur)는 자신의 관음증을 인정하고 그 성향을 굳이 숨기지 않는 부류들을 일컫는다. 요시유키는 보예르들과 함께 어울리며 실제로 그들의 친구가 되었다. 그들의 일상을 촬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동안 친구로 지내면서 작가는 결국 신뢰를 얻게 되었고 준비한 소형카메라와 적외선 플래시로 커플끼리의 만남을 엿보는 보예르들을 찍었다.
사진의 내용은 신체적 접촉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는 등 꽤 적나라한 편이다. 처음 이 사진들은 어두운 갤러리에서 대형 인화 사진의 형태로 전시되었는데, 당시 관객들은 손전등을 들고 몰래 훔쳐보듯 작품을 감상했다고 한다. 이렇듯 작가는 관객의 관음증을 부추겨서 고요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그의 작품은 인류학적인 측면에서 종종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작가의 근본적인 생각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코헤이 요시유키의 말을 빌리자면, 감상은 순전히 관객의 몫이다.

tip - 비엔날레 전체 구조가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도슨트 정기투어’에 참여해보자. 도슨트는 방문객들을 이끌고 각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작품 설명을 해주는 안내인이다. 도슨트 정기투어는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하루 8차례씩 진행된다. 투어 시간은 오전 10시와 11시, 오후 2시, 2시30분, 3시, 3시30분, 4시, 4시30분이므로 이 프로그램을 원한다면 시간에 맞춰 신청하자. 정기투어에 걸리는 시간은 총 1시간30분 정도다. 단체 관람객의 경우에는 홈페이지(www.gb.or.kr)를 통해 예약신청서를 다운받아 절차를 밟은 후 이용한다. 올해부터는 청소년 도슨트가 추가 개설되어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더욱 높아졌다.

청소년도슨트 풀

워크홀릭 담당기자 설은영 e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