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 마닐라 조율후 '북한해법'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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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미 정상간 마닐라 정책조율로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이 과연.해법'의 실마리를 찾은 것인가.
아직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양국 정상이 합의한 3개항의 공동발표문을 해석하는데 있어 모호한 구석이 한둘이아닌 탓이다.
이번 정책조율로 북한의 사과가 선행되지 않고도 4자회담이 열릴 수 있는 틀은 마련됐다.하지만 우선 북한이 이 상황에서 4자회담을 받을지 의문이다.우리정부는 4자회담이 열리더라도 첫번째 의제는 잠수함 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문 제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이걸 알면서 북한이 4자회담에 나올지 미지수다. 북한이 4자회담의 전단계로 남북한과 미국이 참석하는 3자 공동설명회를 전격수락할 경우 역시 문제다.4자회담 추진 원칙을재천명까지 한 마당에 .공허한' 설명회라도 무턱대고 걷어차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와 함께 잠수함 사건에 대해 양국정상이 북한에 공동촉구한 .수락할만한 조치'의 수위도 관심거리다.한.미 양측이 생각하는수락할만한 수준이 서로 차이를 보일게 뻔하기 때문이다..적당한'차원에서 문제를 서둘러 봉합하려는 미국과 구체 적 당사자로서한국의 시각.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현단계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확실한 전망을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번 마닐라 정책조율로 잠수함 사건으로 고조된 한반도긴장과 남북한 경색국면이 해소되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보기는 아직 힘든 것이다.
마닐라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정부당국자는“핵심은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노력에 미국이 동참한다는 것을 미정상이 공식천명한데 있다”고 말한다.그러나 마닐라 조율결과에 대한 해석에서 미국은 4자회담과 제네바 합의에 무게를 두는 쪽이다.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윈스턴 로드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공동발표문에 있는 3개 조항은 그 하나하나가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다”면서 4자회담.경수로사업과 잠수함 사건의.분리'원칙을 분명히 했다.
잠수함 사건에 대해 북한이 사과하도록 공동노력하지만 4자회담과 경수로 사업은 그것대로 동시에 추진한다는 원칙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인했다는 얘기다.
향후 관심사는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수락할만한 조치를 끌어내기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에 모아진다.빌 리처드슨미 하원의원의 방북은 그래서 주목된다.
북한을 4자회담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미국이 대북(對北)관계개선과 경제제재 완화를 지렛대로 사용할지도 관심거리다.
3자 공동설명회에 대해 정부는 4자회담 참여를 전제로 한 설명회라면 혹시 모르되 단순한 설명회라면 받을 수 없다고 밝히고있다.그러나 4자회담 추진 원칙을 재천명까지 한 정부로서는 어정쩡할 수밖에 없다.
수용할 만한 조치에 대한 해석도 문제다.정부 당국자는 “피해자인 한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의미한다”며 그동안 .적절한 조치'나 .제스처'수준에 머물러온 미국이 결국 우리 입장에 동조한 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배경설명에서“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해.적절한 의사표명'을 하도록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한국측풀이와는 사뭇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북한이 유감정도의 뜻을전해왔을때 이를 과연 .수용할만한 조치'로 간 주할지 여전히 모호한 상태로 남는다.
그러나 벌써 3자 설명회를 대비한 움직임등에 미루어 우리측 불만을 .뒤로 한' 상태에서 마무리 수순을 밟아갈 소지는 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다.지금까지의 목청을 돋우다가는 주저앉곤 했던전례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마닐라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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