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잠수함사건 관련 韓.美정상 '마닐라 調律'나오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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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 처리를 둘러싼 한.미 정상의 .마닐라 조율'은 막판까지 가는 양국 실무자간 긴박한 막후조정 결과다.
한.미 양국은 지난 22일 외무장관회담에서 잠수함 사건 처리방향의 큰가닥을 잡았으나 정상회담후 내놓을 공동발표문의 형식과일부 문안을 놓고 정상회담 개최 직전까지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유종하(柳宗夏)외무장관과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은 잠수함 사건과 4자회담을 분리,북한의 4자회담 공동설명회 참여를 잠수함 사건을 매듭짓는.해법'으로 삼는다는 큰 원칙을 정했다.
이와 함께 잠수함 사건에 대해 북한에.납득할 만한 조치'를 요구하는 한국정부 입장을 빌 클린턴 대통령이 공식 지지함으로써 한국측 명분을 살려준다는 방향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유명환(柳明桓)외무부 북미국장과 윈스턴 로드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등 양국 외무부 실무자가 직접 만나거나 전화접촉을 통해 절충 작업을 계속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정한 해법을 문안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시킬지에 관해서는 합의를 보지못했다.이런 상태에서 클린턴 대통령 일행이 24일밤 마닐라에 도착했다.이에 따라 절충작업은막판 단계에서 외무부 실무진의 손을 떠나 청와대 와 백악관 참모진이 직접 뛰어드는 초읽기 국면으로 넘어갔다.반기문(潘基文)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오후10시가 넘어 숙소에 도착한 새뮤얼 버거 백악관 안보담당 부보좌관,샌디 크리스토프 아시아담당 수석보좌관등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팀과 밤늦게까지 문안을 협의한데 이어 중국.일본과 정상회담이 열린 25일 오전에도 짬을 내 절충을 거듭,이날 오후3시10분에 시작된 정상회담 직전에야 절충이 마무리됐다는 전언이다.한국이 단순한 언론발표문 대신 양국정상의 공동발표문 형식을 고집한데 대해 미측은 APEC이라는 다자협상 무대에서 양자회담 결과를 공동발표문으로 내는 것은 외교관례상 적절치 못하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결국 .공동언론발표문(Joint Press Release)'이라는 중립적 형식을 취함으로써 양측입장을 절충했다.
잠수함 사건과 관련,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로.사과'와.재발방지 약속'을 명시할 것인지,아니면.적절한 조치'로 할지를 놓고도 팽팽한 씨름을 벌였으나 결국 잠수함 사건 해결과 재발방지를위해.수락할 수 있는 조치(acceptable steps)'를양국정상이 북한에 공동촉구하는 선에서 봉합됐다.아직껏 의문인 것은 영문 발표문의.수락할 수 있는 조치'가 우리말 발표문에는.아측이 수락할 수 있는 조치'로 바뀐 부분이다.
[마닐라=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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