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골동품 수집등으로 농어촌 古家.祭閣등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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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안영복(安泳馥.65.전북전주시완산구삼천동)씨는 지난 17일 전남광양시진월면차사리 고향으로 시제를 모시러 갔다가 망연자실했다.1백여년 묵어 지방문화재 지정을 앞둔 고가(古家)가 8개의방문.팔각창이 뜯겨 달아나 휑하고 현판.문인화도 모두 없어졌기때문이다.40여가구가 살지만 낮에는 주민들이 논.밭등으로 일나가 동네가 빈 틈에 전주 李씨 제각(祭閣)과 함께 도둑의 손을탄 것.방문등을 새로 짜 달아도 예스러운 자태를 재현할 수 없어 건물전체를 버린 점은 그렇다 손치고 선조들이 살아온 집을 잘 간수치 못했다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빗나간 골동품 수집과 문화답사 붐으로 농어촌의 고가.제각등 오래된 건물과 문화재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광양에서는 지난 3~6월 진상면의 보성 宣씨,봉강면의 김해 金씨등 여섯 문중의 제각이 골동품 밀매상이나 고물상등의 손에 망가졌다 .선준규(宣浚奎.49.광양시진상면)씨는 “방문 12개 전부와 방안에 보관중이던 제기(祭器)등이 없어져 문중이 발칵 뒤집혔었다”며 “도덕이 땅에 떨어져 조상을 모시는 곳마저 마구 훼손당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장성.함평등에서는 오래된 선산의 망주석(望柱石).석탑등 석물이 도난당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옛것에 대한 관심이 커져 유적답사 인구가 많아지면서 문화재도무분별한 손길에 원형을 잃고 있다.
조선시대 민가 정원의 전형인 전남담양군남면 소쇄원(사적 304호)의 경우 탐방객들이 4백50여년전 축조된 담장의 기와를 들고가는 것은 예사다.연못에 물을 끌어들이는 나무 물도랑과 전통 못까지 뽑아가고 있다.유적을 있는 그대로 감상 하는데 그치지 않고 답사기념으로 가져가는 사람이 많은 것.김종욱(金鍾旭.
47)한국고미술협회 광주전남지회장은 “고품이 장식용등으로 수요가 늘면서 밀매상등이 고가.제각등을 손대고 있으며 일반 수집가들이 물건을 사러다니다 그냥 훔쳐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광주=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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